2022~23시즌 프로농구 리그 순위표가 예상 밖이다. 중위권으로 평가받았던 안양 KGC(8승 1패)가 리그 선두에 자리했다. 두 명의 베테랑 활약 덕분이다.
KGC 센터 겸 포워드 오세근(35·2m)은 리그 9경기(선발 8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7분 9초를 뛰며 13.6득점 5.7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며 팀의 선두 질주에 기여하고 있다. 골 밑 장악력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다. 국내 선수 중 개인 리바운드 부문에서 리그 9위다. 서울 삼성 이원석(6개)에게도 제공권 장악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추승균 농구 해설위원은 “오세근이 골 밑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다른 선수들이 외곽에서 좋은 플레이를 한다”고 짚었다. KGC는 전성현(고양 캐롯)의 FA(자유계약선수) 이탈에도 3점 슛 성공(공동 1위·11.1개)과 성공률(2위·36.9%)에서 리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1옵션 오마리 스펠맨(성공 3.7개)과 '깜짝 스타' 배병준(성공률 48.1%)이 3점 슛을 시도할 때 뜨거운 손끝을 자랑한다.
오세근에게는 ‘건세근’이라는 별명이 있다. ‘건강한 오세근’이라는 의미다. 몸 상태가 건강할 때의 오세근은 막기 힘들다는 찬사의 뜻이 담겨있다. 올 시즌도 ‘건세근 모드’에 청신호가 켜졌다. 추승균 해설위원은 “컨디션이 좋다. 접전 상황에서 득점이 필요할 때 오세근의 포스트 플레이, 픽앤롤 등이 큰 힘이 된다. 스크린 타이밍과 공간 창출 능력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포워드이자 주장 양희종(38·1m94㎝)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한 ‘조연’ 역할을 한다. 올 시즌 9경기를 모두 교체로 출전해 경기당 평균 13분을 뛰며 2.4득점 1.8리바운드 0.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동료의 체력 안배를 위한 식스맨 역할이다. 리그 9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양희종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없다. 기록은 특출나지 않지만, KGC에 없어선 안 될 ‘특급 조연’이다.
양희종은 수비에 특화됐다. 상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며 공격에 가담할 때 파울로 끊어버리는 기술과 길목을 차단하는 능력이 리그 최고라는 평가다. 출전 시간이 많지 않지만, 골 밑과 앞선 수비에서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상윤 농구 해설위원은 “KGC가 계속 승리하는 건 수비 덕분이다. 수비를 잘해주는 게 양희종과 문성곤”이라고 말했다.
양희종은 전천후 멀티 수비 자원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양희종은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막을 뿐 아니라 동료가 미스 매치를 할 때도 커버해준다. 전체적인 수비를 책임지는 존재”라며 “양희종처럼 궂은일을 해주는 선수를 감독이 가장 좋아한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있는 팀이 잘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팀이 많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KGC는 오세근, 양희종의 베테랑과 변준형, 배병준 등의 젊은 선수들 간 신구조화가 좋다. 베테랑이 모범을 보이는 덕분이다. 추승균 해설위원은 “오세근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양희종은 수비할 때 슬라이딩하며 궂은일을 하니, 동료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오세근과 양희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 가교역할을 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