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LG 트윈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유강남과 채은성, 서건창, 김진성, 임찬규 등 총 5명이다. 이 가운데 주전 포수 유강남과 4번 타자 채은성에 무게감이 쏠린다. 차명석 LG 단장도 "두 선수를 붙잡겠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유강남과 채은성이 당장 팀을 떠나면 대체할 선수를 찾기 어렵다. 유강남은 2015년부터 주전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다. LG 백업 포수진은 굉장히 약하다. 채은성은 최근 5년 김현수에 이어 팀 내 타율·홈런·타점 2위에 오른 중심타자다.
문제는 샐러리캡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샐러리캡 한도는 114억 2638만원이다. LG의 올해 선수단 40인 연봉 총액은 105억 3200만원으로 연봉을 더 올릴 여지가 크지 않다. 샐러리캡 초과가 불가피하다.
차명석 단장도 "(두 선수와 FA 계약을 하려면) 샐러리캡을 초과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샐러리캡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다만 구단 입장에서 샐러리캡 초과를 반길 리 없다.
일단 LG가 마련한 협상 카드는 연봉 구조의 다변화다. 차명석 단장은 "선수들이 조금 양보해 마지막에 연봉을 많이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샐러리캡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된다. LG로선 계약 3~4년 차에 연봉 비중을 높여 2026년 이후 샐러리캡 증액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하지만 FA 선수가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대개 FA 선수는 1~2년 차에 많은 연봉을 받고 뒤로 갈수록 연봉이 줄어드는 계약 구조를 선호한다. FA 재자격 취득 시 보상금을 낮춰 이적을 용이하게 만들고,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LG가 더 머리가 아픈 건 유강남, 채은성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지방 구단 이적설이 나돌고 있다. 두 선수에 관심을 쏟는 구단들은 해당 포지션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 팀 전력이 약한 데다 샐러리캡 한도에 여유가 넘친다. LG로선 '머니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몸값은 더 오른다.
1군뿐만 아니라 퓨처스(2군)리그 FA 역시 머리가 지끈한다. 외야수 이형종과 한석현이 사실상 LG를 떠나 타 구단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이형종은 624경기서 통산 타율 0.281 63홈런 254타점을 올린 외야수다. 2017~2020년까지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다 홍창기, 박해민 등과 경쟁에서 뒤져 백업으로 밀려났다. 외야진이 약한 팀에선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다.
한석현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38을 기록한 유망주다. 이형종과 한석현의 올해 연봉은 각각 1억 2000만원, 3900만원으로 그리 높지 않다. 타 구단이 이들을 영입하기에 부담이 적다.
LG는 '우승 청부사'로 염경엽 감독을 데려왔다. 염 감독은 14일 취임식에서 "나도 프런트 출신이다. FA 등에 관해 얘기하면 구단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대개 새 감독을 선임할 경우 FA 계약을 '선물'로 안기기도 하나, LG는 현재 전력을 지키기도 버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