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은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총 107표 중의 74표를 득표, 김인환(한화 이글스·24표)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생애 한 번뿐인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두산 선수로는 2010년 양의지(35) 이후 12년 만의 수상이다. 그는 올 시즌 58경기 72와 3분의 2이닝을 투구하면서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를 기록했다. 23홀드는 데뷔 시즌 역대 최다 기록이다. 두산은 9위로 고전했지만, 승리 기회마다 등판한 정철원의 힘으로 뒷문 걱정을 덜었다.
정철원은 순수 신인이 아니다. '중고 신인왕'이 탄생한 건 2016년 신재영(당시 넥센 히어로즈)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2017년 이정후(키움) 이후 5년 연속 순수 신인들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올 시즌 역시 김도영·문동주 등 대형 유망주들이 신인왕을 노렸으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건 정철원이었다.
그는 지난 2018년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1구도 던져보지 못하고 2019년 11월 육군 8군단 포병으로 입대했다. 지난해 제대했고, 올해 5월 1일 드디어 1군에 콜업돼 6일 데뷔전을 치렀다.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 직구 구속이 그의 무기였다. 데뷔전 기록했던 최고 구속이 시속 152㎞. 올 시즌 평균 시속 148.8㎞(스포츠투아이 기준)에 달했다. 직구를 500구 이상 투구한 국내 투수 중 그보다 빠른 공을 던진 건 키움 안우진(시속 152.6㎞)과 LG 트윈스 고우석(시속 152.5㎞)뿐이다.
구속 이상으로 눈에 띈 건 그의 당당함이다. 올 시즌까지 두산을 이끌었던 김태형 전 감독은 평소 "피안타를 두려워 말고 직구를 당당하게 꽂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건희, 곽빈, 최승용 등이 김 감독의 지론에 맞게 투구한 결과 호투했고, 정철원 역시 스트라이크를 꽂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야구는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다. 프로 무대라고 겁먹지 않고 하던 대로 던졌다. 감독님이 그 모습을 좋게 보신 것 같다"고 했다.
정철원은 수상 후 "(함께 뛴) 두산 선수들, 직원분들, 감독님, 코치님, 단장님,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엄마, 아빠, 동생들, 하늘에 계신 할머니 그리고 두산 팬분들께 정말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신인왕 경쟁 상대인 (김)인환이 형이 있어서 나도 더 분발하고 노력했다. 시즌 끝까지 아프지 않고 완주하려 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따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1군 무대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정철원은 새 사령탑 이승엽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정철원은 "감독님께서 날 좋게 봐주셨다. 감사드린다. 아프지 않고 올해보다 더 잘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겠다"며 "안산공고 선배인 (김)광현 형처럼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