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레’ 심은우, 자숙 후 1년여만 복귀→한국 민간 신앙 품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종합]
등록2022.11.17 17:32
한국 민간 신앙과 영화적 상상력이 만나 독창적인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1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세이레’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연출자 박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가 자리에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화는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 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세이레’는 7일이 세 번 지날 때까지의 기간으로, 아기가 태어난 지 스무하루가 되는 동안 또는 스무하루가 되는 날을 뜻하는 삼칠일(三七日)의 순우리말을 뜻한다.
영화의 출발은 박강 감독의 특별한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박 감독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7~8년 전에 지인 문상을 갔다가 아이가 있는 지인이 못 와서 대신 말을 전해달라는 순간이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위로를 받아야 할 이는 아이가 태어남을 축하했고 축하받아야 할 사람은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서 이를 시작으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품마다 캐릭터 변신에 성공하며 끝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서현우는 극의 불길한 기운을 담당하는 우진으로 열연한다. 서현우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는 처음이었다”면서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으로 “관객이 우진을 따라가게끔 하기 위해 감정을 자제해 내가 나아가고픈 방향을 관객도 받아들일 수 있게 여지를 많이 뒀다”고 이야기했다.
류아벨은 우진의 과거 연인 세영과 그의 쌍둥이 동생 예영으로 분해 1인 2역 연기를 선보인다. 류아벨은 “두 캐릭터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아서 원래 가지고 있는 캐릭터 성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예영과 함께 극의 긴장감을 책임지는 우진 역의 서현우는 류아벨의 연기를 보고 굉장히 섬뜩한 순간이 있기도 했다고.
심은우는 우진의 아내 해미로 분한다. 실제 출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이 많았다는 심은우. 그는 “촬영 당시 주변에 임신한 지인들이 있어서 조언을 많이 얻었다”면서 “아마 해미가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지켜내야 하는 생각에 미신을 사건 전보다 더 믿게 되지 않았을까 여기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서현우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실 7년 전쯤 서현우와 단편영화를 같이 찍은 적이 있다”면서 “촬영하면서도 기대를 많이 했고 하면서도 편했다. 상대 배우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준다”고 칭찬했다. 이를 듣던 서현우는 “은우는 아기 무당 같은 무당끼를 지닌 느낌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해미가 우진한테 미신인 세이레를 전파할 때 다른 질감으로 섬뜩하게 다가와서 (연기할 때)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오브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박 감독은 작품 속 끝없이 등장하는 사과를 설명하며 “겉은 멀쩡한데 속은 썩어있는 사과처럼 우진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다양한 촬영 비하인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서현우는 박 감독과 함께한 심정으로 “감독의 세계에 초대를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웃음 지었다. 감독과의 신선한 첫 만남도 돌이켰다. 그는 “감독이 강의실에 나를 불러 ‘꿈이 뭐라고 생각하냐’며 설계도를 그려 강의를 했다. 굉장한 세계가 있다고 느꼈다. 촬영 내내 대본이 시커메질 정도로 메모했고 이렇게까지 감독과 많은 대화를 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민간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이와 관련해 작품을 완성해낸 배우와 감독의 실제 믿음은 어떨까. 서현우는 “겉으로는 안 믿는 척하지만 있는 것 같다”며 “결벽도 있다. 내 물건이었던 걸 버릴 때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눈다. 손으로 쓰다듬기도 하고 나만의 뭔가가 있다” 고 했고, 반면 박 감독은 “미신을 믿지도 않고 점집도 한 번도 안 가봤다”며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세이레’는 학폭 논란이 불거졌던 심은우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심은우는 “학창 시절 친구에게 한 미성숙한 언행으로 겪지 않아야 할 마음의 상처가 깊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날 아무 생각 없이 행했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오랜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제라도 그 친구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며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숙 기간에 돌입했다. 같은 해 10월 심은우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며 7개월의 짧은 자숙 기간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당시 ‘세이레’로 영화제 현장을 찾은 그는 관객들과의 GV도 예정돼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폭 논란 후 빠른 그의 복귀에 따가운 시선이 일자 심은우는 일부 일정을 취소했다.
1년 1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심은우는 이날 “굉장히 오랜만에 인사하게 됐다”며 개봉에 대한 소감부터 밝혔다.
이어 그는 조심스레 입을 떼며 학교 폭력 논란을 직접 언급, “그간 부족한 나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신 데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더 좋은 배우, 더 좋은 작품으로 증명해내고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할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