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소비자의 권익 보호 요구가 커지면서 게임사가 소비자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인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K-게임 포럼'에서 "최근 게임 소비자들은 시위를 통해 게임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됐다"며 "게임사는 소비자를 '게임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동등한 파트너'로 생각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최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게임 소비자와 게임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커지는 게임 소비자의 권익 강화 요구,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인 '게임 소비자 분쟁 현황과 발전 방향' 발표자로 나선 이재홍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변화로 언택트로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 불만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게임 시장은 2020년 18조원에서 올해 20조원 규모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게임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하며, 콘텐츠분쟁위원회의 분쟁조정 신청 건도 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분쟁조정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4771건에서 2021년 1만3255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 총 6995건의 분쟁 조정이 콘텐츠분쟁위원회에 접수됐다. 구체적으로 이용제한 2341건, 서비스하자 1546건, 결제취소·해지 1187건, 미성년자 결제 786건, 약관 운영정책 503건, 기술적 보호조치 미비 145건 등이다.
이 교수는 게임 소비자들의 불만 증가와 맞물려 '게임 소비자 운동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게임 소비자들이 기존에는 불만의 표시를 고객센터 문의, 공식 카페 내 항의 글 작성 등 개별 중심으로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커뮤니티 문화 확산으로 인해 시위 진행, 불매 운동 전개 등 집단적인 소비자 권리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게임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인근에서 벌어진 '트럭 시위'와 '마차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트럭 시위는 지난해 1월 촉발됐다. 넷마블의 ‘페인트 그랜드 오더’ 스타트 대시 캠페인이 중단되면서다. 이 게임은 한국 서버와 일본 서버를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업데이트 서비스에 시간차가 있다 보니, 아이템 획득에 문제가 생기며 유저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해당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모금을 통해 전광판 '트럭 시위'를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트럭 시위는 많은 게임의 운영에 항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으로 인해 항의에 총대를 멘다는 뜻의 ‘총대 유저’ 개념이 생겼고, 엔씨소프트 ‘리니지M’에서의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이 커지며 트럭 시위가 퍼졌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특성을 살려 ‘마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잇따른 집단 시위에 정치권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선정한 과제를 토대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이달 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에는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게임사의 태도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트럭 시위의 대상이 된 게임사들은 미흡했던 서비스 운영에 대한 사과 및 간담회 개최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게임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며 "게임사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경우, 이용자들은 오히려 응원의 의미에서 '커피 트럭'과 '감사패'를 게임사에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게임 소비자 운동의 발전 방향으로 '게이머와 게임사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게임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마차 시위를 통해 본인이 게임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얻고 있다"며 "게임사는 소비자가 제시한 개선안을 바탕으로 게임 서비스 운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운동의 본질인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의 소통을 지원하는 자율 규제 형태의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다만 소비자들도 허위사실 유포, 지나친 비속어 사용,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 회사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소비자 운동의 가치를 반감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