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 화두는 포수 이동이다. 주전급 포수가 다수 시장에 풀리면서 개장 전부터 큰 관심이 쏠렸다. 실제 21일 유강남(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과 박동원(KIA 타이거즈→LG)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22일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를 떠나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주전 안방마님 연쇄 이동으로 스토브리그가 과열되고 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건 삼성이다. 삼성은 강민호(37)와 김태군(33) 김재성(26)까지 1군 주전급 포수 3명을 보유했다. 강민호와 김태군은 국가대표 출신. 풀타임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김재성의 가치도 폭등했다. 삼성은 올 시즌 막판 1군 경기를 소화한 이병헌(23),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김도환(22)까지 백업 자원도 비교적 탄탄하다. 1군 엔트리를 포수 2명으로 운영한다는 걸 고려해 프로야구 안팎에선 "삼성이 포수 한 명을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트레이드는 FA 포수 영입에 실패한 구단이 선택하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삼성의 포수 트레이드 가능성에 불을 지핀 건 박진만 감독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다른 팀보다 포수 쪽에 뎁스(선수층)가 두껍다. FA (시장에) 포수가 많이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고 트레이드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는 게 두 번째 포인트"라고 말했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실제 삼성은 오프시즌 포수 트레이드를 위해 물밑에서 움직였다. 카드가 맞지 않아 성사가 불발됐지만, 꽤 적극적이었다.
최근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올해 포수 3인 체제를 운영해봤는데 김재성은 왼손 타자이고 대타 활용도가 좋더라. (강민호·김태군과) 출전 시간을 나누면 나쁘지 않을 거 같다"며 "(3인 체제를) 깰 수 있는 카드가 들어오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지만, 굳이 먼저 나서서 세일즈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수 포지션을 고민하지 않는 것만 해도 안정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급할 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일단 FA 포수들의 거취를 지켜볼 계획이다. NC나 KIA처럼 주전 선수를 잃은 구단이 트레이드를 제안하면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명의 포수가 지닌 장단점은 확실하다. 강민호는 경험이 풍부하지만, 나이가 많다. 김태군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로 풀린다는 게 변수다. 외야수 박해민(LG)의 FA 보상 선수로 영입한 김재성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웬만한 조건으로는 포기하기 쉽지 않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트레이드가 안 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트레이드를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은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