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 우루과이전이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열린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대회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치른다. 지난 4년간 다져온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가 그 목적지였다. 16강에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1차전, 그 상대 우루과이와 격돌하는 날은 벤투 표 빌드업 축구가 평가를 받는 운명의 날이 될 것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 후 한국 축구에 ‘색깔’을 입히는 진지한 시도를 4년간 꾸준히 했다. 그는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령탑을 지켰다. 아시아 예선에서 졸전이 나오면 금세 감독을 갈아치우고, 이후 혼란만 가중됐던 실패의 기록을 거울삼아 벤투 감독에게는 꾸준한 믿음을 줬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기간 내내 한국은 골키퍼에서 시작해서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을 만들어 가는 빌드업 축구를 추구했다.
과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전략 대부분은 최대한 수비 위주로 플레이하다가 롱패스 한방으로 역습을 노리는 것이었다. 때로는 잘 먹혔지만, 이는 분명 현대 축구에 맞지 않는 낡은 전술인 게 사실이다. 한국 축구의 클래스를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는 패스 연결을 통해 공격 루트를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자리잡을 필요성이 있었다.
그 결과 벤투 호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아시아 예선 순항이었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쓰는 상대에 말려서 고전하지 않았다. 또 이란 등 유독 상성이 맞지 않았던 라이벌 팀을 상대로 한 수 위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최종예선 7승 2무 1패의 뛰어난 성적을 냈다. 최종예선이 다 끝나기도 전에 2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다.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선수들이 빌드업 축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지지를 보냈다.
반면 벤투의 빌드업 축구에는 여전히 물음표도 존재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황의조(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에서 맹활약하는 수준급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유럽파 주전급 선수들 일부를 제외하면 백업 멤버 등 다른 선수들의 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핵심 주전과 그 외 선수들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벤투 감독의 노력은 지난 4년간 찾기 어려웠다.
빌드업 축구가 잘 풀리는 과정은 결국 좋은 선수들의 능력에서 나왔다.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가면서도 영리하고 저돌적으로 뒷공간을 커버하는 수비수 김민재, 패스와 수비 가담이 모두 좋은 미드필더 이재성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을 거쳐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공격 삼각편대로 이어지는 빌드업 축구는 아시아 최강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들이 빠질 때는 일본에 두 차례나 대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 간극을 좁혀가기보다 기용하는 선수 위주로만 쓰는 등 보수적으로 팀을 운영했다. 손흥민이 카타르 월드컵 직전 안면 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 전국민의 가슴이 철렁했던 이유다.
유럽파가 없는 측면 수비라인과 수비형 미드필드진의 힘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한국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또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미드필드진을 보유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가나, 포르투갈 모두 상대적으로 중앙수비가 취약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위한 공격 라인에는 황희찬, 손흥민 등 부상자가 있는 데다 황의조가 최근 폼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월드컵 본선에서 미드필드진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도 변수다. 상대의 강력한 미드필드진에 대등하게 맞서려면 한국이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야 한다. 지난 4년간 거의 정우영(알사드)이 혼자 맡아온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누가 어떻게 나눌지, 빌드업 축구는 이런 변화 속에서도 부드럽게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벤투 감독 역시 첫 경기가 운명의 경기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는 우루과이전 프리매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확실하다. 우루과이전에 집중하고,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