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레전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포르투갈의 카타르 월드컵 첫 승을 이끌었다. 그는 25일(한국시간) 오전 1시부터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 선제골을 넣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포르투갈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승점 3점을 거둔 포르투갈은 앞서 0-0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친 한국·우루과이를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전반전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며 이변을 예고했던 가나는 0-1로 지고 있던 후반전 28분 안드레 아예우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전술 변화 차원에서 아예우를 빼고 다른 선수를 투입한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연속 2골을 내줬고, 1점을 만회했지만 결국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와 주앙 펠릭스를 전방에 내세웠다. 전반 중반까지 호날두의 움직임은 무거웠다. 전반 10분, 오타비우가 찔러넣은 패스를 받았지만, 상대 골키퍼 아티 지기에 차단당했다.13분 라파엘 게레이루가 코너킥에서 짧은 패스를 받은 뒤 크로스를 올렸지만, 호날두의 헤더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31분엔 왼쪽에서 상대 수비와의 몸 싸움을 뚫고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앞선 상황에서 그가 반칙을 범한 탓에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포르투갈. 호날두는 베테랑다운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그는 후반전 65분, 페널티박스 왼쪽 안에서 빈 공간을 향한 패스를 잡기 위해 쇄도하다가 상대 주축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와 충돌하며 넘어졌다. 주심은 호날두의 발이 먼저 공에 닿았다는 판단으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호날두는 직접 키커로 나서, 강한 슈팅으로 왼쪽 골망을 갈렸다. 골키퍼가 방향은 읽었지만, 워낙 강한 슈팅이었기 때문에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골을 넣은 뒤 벤치 동료들이 있는 왼쪽 코너로 향해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를 작렬했다.
호날두는 이로써 2006년 독일 대부터 월드컵 5개 대회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월드컵 최초 기록이다. 이는 그의 개인 통산 8호골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선수 월드컵 최다골에 다가섰다. 현재 기록은 에우제비오가 남긴 9골이다.
포르투갈의 리드(스코어 1-0)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나는 후반 28분 왼쪽 돌파로 만든 기회에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고, 베테랑 아예우가 차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혼전 상황에서 포르투갈 수비가 발을 맞고 공의 속도가 줄어든 덕분에 발을 댄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
호날두는 동점이 된 뒤에도 거침없었다.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다른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신성 펠릭스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펠릭스는 후반전 33분, 오른쪽 돌파 뒤 칩샷으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2021~2022) 이탈리아 세리아A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던 하페엘 레앙도 35분 페널티박스에서 감아 차서 가나 골망을 흔들었다.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따라가는 오스만 부카리. 사진=게티이미지
호날두는 후반 정규시즌 종료 직전 벤치로 물러났다. 포르투갈은 그가 벤치로 물러난 지 불과 1분 만에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오스만 부카리에게 헤더 골을 허용했다.
골을 넣은 부카리는 호날두의 트레이드 마크인 '호~우'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그 순간 중계 카메라가 호날두의 모습을 비췄다. 그는 다소 격양된 표정과 손짓을 보여줬다. 추격을 허용하며 생긴 불안감이나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고 그런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지만, 높은 확률로 자신의 세리머니를 마치 조롱하는 듯 따라 한 상대 선수에 대한 불만으로 보였다.
포르투갈은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디오고 코스타가 상대 선수를 뒤에 두고 그라운드에 공을 내려놓았다가, 실점할 위기에 놓였다.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결국 포르투갈이 3-2로 승리했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보고 있다. 부진도 활약도 해프닝까지도 주목받는 선수다. 개막 이틀 전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식 결별하며 '무적'이 된 그의 심기가 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다시 시선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