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는 현재 미계약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다. 지난 17일 FA 시장이 개장할 때만 하더라도 그가 어느 구단 유니폼을 입을지 관심이 컸다. 올겨울 FA 권리를 행사한 21명의 선수 중 A등급 투수는 한현희가 유일하다. 하지만 일주일 넘도록 계약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선 키움 잔류 가능성은 적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FA 시장에서 큰돈 쓰기가 쉽지 않다. 최소 50억원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한현희를 잡는 것보다 분산 투자로 여러 포지션을 강화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 키움은 지난 19일 FA 사이드암스로 원종현을 계약 기간 4년, 총액 25억원에 영입했다. 24일에는 퓨처스(2군)리그 FA 외야수 이형종과 4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보강이 필요한 불펜과 오른손 타자 영입을 위해 45억원을 쪼개서 투자했다. 키움으로선 한현희를 잡을 여력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FA 이적이 쉬운 것도 아니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샐러리캡(선수 지급 금액 상한액)이 적용, 선수단 총연봉이 114억263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금액을 초과하면 제재금부터 신인 지명권 하락까지 다양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전보다 과감하게 지갑을 열 수 없어 FA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현희의 유력 행선지로 평가받은 LG 트윈스도 마찬가지다. 염경엽 LG 감독이 넥센 감독 시절 한현희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한때 프로야구 안팎에서 "LG행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최근은 아니다.
LG는 지난 21일 FA 포수 박동원을 영입(4년, 총액 65억원)하면서 선수단 총연봉이 샐러리캡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유로 FA 시장에 풀린 중심타자 채은성을 잔류시키지 못했다. 채은성은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와 계약 기간 6년, 최대 90억원에 계약하며 LG를 떠났다. 다른 구단에선 한현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통산 65승, 105홀드를 수확했지만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시즌 아웃되기도 했다.
한 구단 단장은 "올해 포스트시즌(PS)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도 꽤 크다"고 했다. 키움은 창단 세 번째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지만, 한현희는 플레이오프(PO)부터 KS까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마운드의 힘이 약한 상황에서도 그를 전력에서 제외했다는 건 시사하는 게 작지 않다. 대외적인 이유는 ‘상대 전적’이었지만 팀 내부 마찰이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현희로선 FA 등급이 A라는 것도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A 등급 선수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현금만 원할 경우 전년 연봉의 300%. 한현희의 올 시즌 연봉은 2억5000만원이었다. 보상에 대한 벽을 낮추기 위해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일단 키움과 계약하고 일정 보상을 받고 트레이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형욱 키움 단장은 "사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