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졌다. 29일 새벽 이어진 H조 경기에서는 포르투갈이 2-0으로 우루과이를 이겼다.
이로써 H조에서는 포르투갈이 2연승으로 조 1위에 오르며 16강행을 확정했다. 포르투갈은 3차전 결과에 상관 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1승 1패를 신고한 가나가 2위, 나란히 1무 1패를 기록한 한국과 우루과이가 각 3~4위다. 한국이 우루과이를 득실차에서 앞섰다.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무조건 포르투갈을 잡아야 한다.
이긴다고 무조건 16강에 가는 게 아니다. 한국이 승리해도 가나가 우루과이를 잡으면 한국은 탈락한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잡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골 득실을 따져야 한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순위는 승점이 같은 경우 골 득실, 다득점, 승자 승, 페어플레이 점수(경고 개수가 적은 팀이 높다) 순으로 따진다.
한국이 이기고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길 경우에는 골득실에 이어 다득점 등까지 더 따져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잡고 우루과이가 한국보다 적은 득실차로 이기기를 바라야 한다.
사실상 16강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축구대표팀 선수들 각오는 단단하다. 이재성(마인츠)은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을 했다. 수비수 김문환(전북 현대)은 “가나전을 빨리 잊고, 빨리 회복해서 포르투갈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매번 월드컵 때마다 '경우의 수'를 복잡하게 따지지만, 그 뒤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실망감이 더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축구팬들의 반응이 다소 달라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결과와 관계없이 내용에서는 알찬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은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고, 가나에 2-3으로 졌다. 그러나 경기력은 밀리지 않았다. 우루과이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전반까지 점유에서 앞섰고, 가나전에서는 두 골을 내주고도 후반 13분부터 3분 만에 두 골을 몰아쳐 추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가나전에서 순식간에 두 골을 추격한 이후 맹공을 이어간 요인은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21·마요르카)의 존재였다. 이강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플레이로 희망을 주고 있다.
이강인은 가나전 투입 후 1분 만에 조규성(전북)의 첫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강인은 지난 24일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고, 한 경기 만에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가나전에서 이강인은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슈퍼 서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강인은 가나전에 교체 투입되자마자 가나의 허술한 측면 수비를 벗겨내고 조규성을 향해 정확하게 왼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게 순식간에 한국의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연이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후반 30분에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이강인이 왼발로 찬 프리킥이 골키퍼 손에 가까스로 걸리는 등 감탄이 나오는 킥을 보여줬다.
한국은 가나전 전반 20분까지 다섯 차례의 코너킥을 얻어냈다. 만일 정확한 왼발 킥에 물이 오른 이강인이 선발이었다면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H조 최종전은 12월 3일 0시에 시작한다.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포르투갈이 주전 일부를 쉬게 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한국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여겼던 3차전에서 우승 후보 독일을 2-0으로 격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가나전에서 시동이 늦게 걸려 아쉬운 느낌마저 들었던 이강인과 조규성의 콤비 플레이가 포르투갈전에서 더 날카로워진다면 16강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조규성은 "강인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다. 강인이가 들어오면 믿고 공을 준다.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기대가 되고 공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준비하게 된다"고 했다.
이강인은 ‘선발로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감독님 결정을 100% 신뢰한다”며 “기회가 되면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게 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