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회 3위를 기록했던 피파랭킹 2위 벨기에가 크로아티아에 패하며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황금세대'의 도전이 이대로 끝났다. 비장의 카드로 교체 출전한 로멜루 루카쿠(인터밀란)가 부상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번 날려버렸다.
크로아티아와 벨기에는 2일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0-0으로 경기를 마쳤다.
같은 시간 펼쳐진 F조 다른 경기에서 모로코가 캐나다를 2-1로 꺾어 2승 1무 승점 7점을 기록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벨기에의 공세를 버텨낸 크로아티아는 1승 2무 승점 5점을 수확하며 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벨기에는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됐다.
무조건 승리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벨기에는 경기 초반부터 크로아티아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중원을 책임진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가 위치를 가리지 않고 허를 찌르는 패스로 위협했지만 좀처럼 슈팅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14분 페널티 라인 안에서 벨기에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의 발을 밟아 페널티 킥이 선언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앞선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져 한숨 돌렸다.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던 양 팀은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채로 전반을 마쳤다.
득점이 절실해진 벨기에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공격에 변화를 줬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루카쿠를 투입했다.
후반 3분 루카쿠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골대 바로 옆에서 머리로 맞혔는데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크로아티아는 곧바로 응수했다. 요슈코 그바르디올(라이프치히)의 패스를 받은 마테오 코바치치(첼시)가 골대 정면에서 강력한 슛을 시도했지만 벨기에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레알 마드리드)가 선방했다.
양 팀이 1개씩의 유효 슈팅을 주고받은 뒤 크로아티아가 공격 주도권을 잠시 가져갔다.
후반 8분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인터밀란)와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잇달아 강력한 슛을 했고 쿠르투아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후반 14분에는 루카쿠가 크로아티아 페널티 라인 안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찼는데 오른쪽 골대를 맞췄다.
2분 뒤에는 골키퍼가 측면으로 나가 골대가 빈 상황에서 루카쿠가 헤딩 기회를 맞았는데 빗나갔다. 앞서 벨기에 선수가 크로스를 올릴 때 골라인을 넘어갔다는 심판의 판정이 내려졌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정신을 차린 크로아티아는 다시 공격 수위를 높였다. 후반 22분 모드리치가 페널티 라인 안에서 가슴 높이로 뜬 공에 어렵게 발을 갖다 댔지만 쿠르투아가 잡아냈다.
후반전이 15분가량 남은 상황에서 벨기에는 앞서 투입한 토르간 아자르(도르트문트)를 비롯해 유리 틸레만스(레스터 시티), 제레미 도쿠(스타드 렌) 등 가동할 수 있는 모든 공격 자원을 쏟아부었다.
역습의 위험이 있었지만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골문을 두드렸다. 경기가 끝을 향하자 결국 베테랑 에당 아자르까지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전 정규시간 1분을 남겨두고 루카쿠가 이번 경기에서 가장 득점에 가까운 기회를 맞았다. 골대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빠른 크로스가 발에 맞기만 해도 들어갈 만한 위치에 떨어졌는데 배에 맞으며 힘없이 골키퍼 품속에 안겼다.
결국 수차례 아까운 기회를 놓친 벨기에는 크로아티아에 무릎을 꿇었고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짐을 싸게 됐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