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2013~2016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는 화끈한 공격 야구를 했다. 박병호를 필두로 강정호-서건창-이택근-김민성을 앞세워 팀 홈런 1위(661개, 2위 삼성 라이온즈 592개)를 기록했다. 역전승이 가장 많았고, 7회까지 뒤진 경기의 승률은 가장 높았다. 공격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희생번트는 적은 편이었다. 9구단 체제였던 2013~2014년 희생번트는 최소 6위, KT 위즈의 합류로 10개 팀이 참가한 2015~2016년 최소 1위였다. 염 감독은 "1점 차 승부 때 작전을 제외하면 번트 사인을 절대 많이 내지 않는다. 특히 6회 이전에는 공격 상황에서 작전 없이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이 LG에서도 공격력 강화를 선언하는 것은 '재밌는 야구'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공격적인 야구를 해야 팬들이 훨씬 즐겁게 느낀다. 8~9점 열세를 뒤집는 것도 결국 배트를 통해 이뤄진다. 타격 없이는 재밌는 야구를 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타격을 통해 팬들이 더 감동하고 흥분할 수 있는 경기가 만들어진다. 결국 마운드를 통해 재밌는 경기를 만드는 것보다 공격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은 LG가 우승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LG는 최근 2년 동안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평균자책점 3.57, 올 시즌엔 3.33이었다. 고우석-정우영-이정용 등 강한 불펜을 바탕으로 '지키는 야구'가 돋보였다. 여기에 타선 강화까지 이뤄지면 팀 전력에 날개를 달게 된다. 우승 목표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LG는 2022년 타격 발전을 이뤘다. 2021년 타율 8위(0.250) 홈런 공동 4위(110개) OPS 8위(0.710·출루율+장타율)에서 올해 타율 3위(0.269) 홈런 3위(118개) OPS 2위(0.742)로 모두 상승했다. 다만 시즌 종료 후 유강남(롯데 자이언츠)과 채은성(한화 이글스) 이형종(키움) 등 주축 야수들이 팀을 떠났다. 이탈자의 공백을 메우면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것이 숙제다. 이 과정에서 올해 13홈런을 기록한 '거포 유망주' 이재원이 상무 야구단 입대를 철회하고 내년 시즌에도 LG에 남기로 했다.
염경엽 감독의 공격력 강화는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견돼 결국 영입이 철회됐지만, 약물 전력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브라함 알몬테를 데려오려고 했다. "포지션과 관계없이 무조건 타격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입증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조금씩 디테일을 강화하고, 올해 부진했던 서건창이나 김민성 등이 제 몫을 한다면 훨씬 재밌는 LG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