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NH농협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계약이 만료 100일도 남지 않으면서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가상자산 거래소 선두인 업비트를 제외하고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이 순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실명계좌 은행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과 NH농협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계약이 내년 3월 만료된다. 빗썸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농협은행과 5년 정도 관계를 이어왔다.
가상자산 업계의 관심은 빗썸과 농협은행의 인연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다.
먼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금융업계 전반의 관심도가 떨어진 가운데, 농협은행이 재계약을 진행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전반에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진 상황에서 금융사가 불황인 가상자산 산업에 메리트를 느끼고 투자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덕을 보고 있는 코인원에 밀리지 않기 위해 빗썸이 계좌개설 등에서 편리한 인터넷은행과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원화 입출금 서비스 정식 오픈 이후 7일 동안 평균 신규가입자 수가 사전등록 기간 수치보다 177.48%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3개월간 코인원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추이를 살펴보면 9월 대비 10월에는 20.40%, 11월에는 41.05% 각각 증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빗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빗썸(15%)이 뒤를 잇고 있다. 다음으로 코인원(5%)이 쫓고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힘을 입어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따라오는 코인원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실명계좌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은행 중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카카오뱅크는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어 중복제휴가 아니면 선택지가 없다. 토스뱅크는 가상자산 산업 진입에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동안 문제없이 서비스를 제공해 온 농협은행이 무리 없이 재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농협은행에 유입된 고객이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재계약 타진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코인원 이어 빗썸까지 농협은행과 계약이 종료되면 970만명에 달하는 두 거래소의 고객이 빠져나가게 된다.
또 중장년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은 코인원 및 빗썸과의 협력을 통해 꾀하던 디지털 확대와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이 계약 만료 후 카카오뱅크로 넘어갔고, 빗썸까지 계약이 끝나면 거래하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계약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재계약 관련 논의는 2월 말은 돼야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