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팅'을 성공한 타자는 3명이다. 2014년 12월 강정호(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 박병호(당시 미네소타 트윈스) 2020년 12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 세 선수 모두 히어로즈 출신이면서 내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야수 포스팅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도전하는 선수마다 모두 실패했다. 2015년 11월 포스팅을 시도한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현 NC 다이노스)은 '무응찰' 굴욕을 당했다. 당시 6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 KBO리그 현역 통산 타율 1위(0.323) 자격으로 빅리그 문을 노크했으나 어느 팀의 구애도 받지 못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팅 무응찰은 2002년 진필중(투수)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2020년 1월에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의 포스팅이 또 한 번 무응찰로 끝났다. 2018년 44홈런을 쏘아 올린 김재환은 당시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 이후 20년 만에 '잠실 홈런왕'을 차지하며 주가를 올렸다. 2019년 개인 성적(홈런 15개)이 하락했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인 만큼 포스팅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내 협상을 담당할 에이전시로 2017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포스팅을 담당한 CAA Sports를 선임, 꼼꼼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빅리그 구단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지난해 1월에는 NC 다이노스 나성범(현 KIA 타이거즈)의 포스팅이 실패로 끝났다. 나성범은 2020년 타율 0.324 34홈런 112타점을 기록, NC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외야수. 일찌감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선임하며 포스팅에 대비했지만, MLB 구단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은 "나성범은 무릎 부상 이력에 대해 MLB 구단의 의문이 강했다. '수비할 때 문제없냐'는 얘길 현지 스카우트한테 듣기도 했다"며 "손아섭과 김재환은 국내에서 수비가 좋다는 평가를 들었던 선수들이 아니다. 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9일 미국 MLB 도전 의사를 밝힌 이정후의 해외 진출 방법은 포스팅이 유력하다. 그가 포스팅으로 MLB 진출 꿈을 이룬다면 프로야구 사상 첫 '외야수 포스팅' 성공 사례가 된다. 포스팅의 희비를 좌우할 포인트는 역시 수비에 대한 평가. 이정후의 주 포지션인 중견수는 빠른 타구 판단과 넓은 수비 범위가 필수적이다. 송재우 MLB 위원은 "MLB는 (KBO리그와 비교했을 때) 구장 크기가 더 크고, 타구 스피드도 더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5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이 보유한 외야수 골든글러브 최다 연속 기록(5년 연속·1983∼1987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3000타석 기준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2)인 타격만큼 수비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김지수 키움 수비 코치는 "타격을 잘해 조명을 덜 받지만, 이정후의 수비는 리그 톱"이라고 했다. 올 시즌 한솥밥을 먹은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는 "이정후는 외야에서 최고의 수비 능력을 보여준다. 커리어를 해오면서 봤던 선수 중 넘버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송재우 위원은 "이정후의 수비를 (앞서 포스팅에 실패한 외야수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박수받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송 위원은 "이정후는 MLB 시각으로 봤을 때 콘택트 능력을 제외하면 엄청난 툴(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비를 포함해) 이것저것 고르게 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