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34년여 만에 이뤄진 이혼 판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노소영 관장은 2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년 동안 이어온 재판이고 국민도 다 지켜보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며 "이 판결로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 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면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운데 42.2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7.5%인 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은 부부의 일방 당사자가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한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 소유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봤다.
노 관장은 "많은 분이 보기에 (재산 분할 665억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개인의 안위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저도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미래 세대, 특히 교육과 여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5조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분할 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 데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쥐고 있는 SK㈜ 주식이 특유재산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여러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재산 형성 과정을 상세히 밝힐 계획이다. 배우자가 재산의 유지와 존속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 저는 가사에만 종사한 사람은 아니었다"며 "저는 SK의 무형의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SK 본사 서린동 빌딩 4층에 위치한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하게 SK㈜ 주식을 분할 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다. 주주로서 역할을 잘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를 접한 최 회장의 소송대리인단은 언론을 이용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법적 조치의 필요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 회장 측은 "1심 판결은 재산 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고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