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을 자랑했던 한국이 평균 속도가 30위권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다른 나라보다 빨리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일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인터넷 평균 속도는 34위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8계단이나 하락했다.
한국의 평균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는 각각 171.12Mbps, 159.71Mbps로 집계됐다. 글로벌 평균인 148.48Mbps, 83.43Mbps를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운로드·업로드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년 9월까지 다운로드 속도는 200Mbps 초·중반대를 유지했는데 연말에 다다르자 100Mbps 중반대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빠른 응답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연속도는 10㎳대에서 30㎳대로 치솟았다.
업계는 과거 초고속 인터넷 보급 초기 광동축혼합망(HFC)을 사용한 것을 속도가 느려진 이유로 본다. 후발국가들이 도입한 광케이블보다 트래픽 허용 폭이 좁고 최대 속도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에 오를 정도로 생태계 조성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008년 15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22년 23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모나코다. 평균 다운로드 속도 320.08Mbps를 기록했다. 싱가포르(295.78Mbps)와 칠레(291.62Mbps), 홍콩(285.25Mbps)이 뒤를 이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276.10Mbps, 257.37Mbps로 각각 6위, 11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2위에서 2020년 4위, 2021년 7위로 계속해서 내려가다 지난해 8월 19위까지 주저앉았고 결국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순위가 동반 상승한 몰타와 쿠웨이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입지가 예전과 달라졌지만 서비스 이용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튜브에서 1080p 영상을 볼 때 5Mbps, 고화질 UHD 영상을 시청할 때 30Mbps의 속도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과 달리 모바일 속도는 한국이 글로벌 톱 수준을 자랑했다. 다운로드 속도 245.58Mbps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카타르(310.17Mbps)가 치고 올라와 2위 자리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