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두 툴 플레이어가 한·일 양국 대표팀 소속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상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4일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에 최초로 일본 국적이 아닌 '일본계 메이저리거'가 합류한다. 라스 테일러-다쓰지 눗바(26·세인트루이스)의 일본 대표팀 발탁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외야수인 눗바는 지난해 빅리그 2년 차를 맞아 108경기 타율 0.228 14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낮지만, 출루율(0.340)과 장타율(0.448)을 합친 OPS는 0.788로 수준급이다. 순출루율이 0.112로 선구안이 뛰어나다.
눗바는 그의 중간 이름(다쓰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계 피가 흐르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눗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출신의 미국 국적"이라면서도 "어머니가 일본인이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 눗바가 일본 대표팀 합류를 원했고, 세인트루이스가 이를 허락했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결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일본 국적 선수'만으로 WBC를 치렀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도 많았고, 국내 선수 풀도 깊었다. 다만 첫 두 대회 우승 이후 두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눗바를 영입해 전력 강화에 힘쓴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스포츠는 "눗바의 합류가 확정되면서 일본 대표팀은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눗바로 이어지는 '빅리그 외야진'을 꾸리게 됐다"고 전했다. 눗바는 2월 17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시작하는 일본 대표팀 훈련에는 불참하고, 대회 직전에 일본으로 건너올 예정이다.
눗바의 합류로 한·일 전에서는 같은 소속팀의 두 혼혈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을 보게 될 전망이다. 눗바와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한국인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드먼은 올 시즌 타율 0.265 13홈런을 기록한 세인트루이스의 주전급 내야수다. 성적으로 완전히 발현시키지 못했으나 데뷔 시즌인 2019년 92경기에서 타율 0.304 11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B조에 속해 3월 10일 맞대결을 펼친다.
눗바와 달리 할머니가 일본인인 스티븐 콴(26·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일본 대표팀 합류는 불발됐다. 클리블랜드의 신인 외야수인 콴은 눗바와 반대 유형이다. 타율 0.298로 콘택트가 뛰어나나 홈런은 6개로 적었다. 대신 뛰어난 수비 실력으로 지난해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부모가 아닌 조부모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대표팀 승선에는 실패했다. WBC 주최 측은 부모 중 한 명의 국적이나 태생지로 출전 국가를 정할 수 있다. 해당 나라의 여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그 역시 대표팀 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콴은 할머니가 일본인일 뿐 부모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 대표팀 합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