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는 지난 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0인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일간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그는 "항상 국가대표를 꿈꿔왔지만, 인연이 없었다. (엔트리에) 최종 승선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젠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프로 2년 차이던 2017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뛰었다. APBC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가 나서는 이벤트성 의미가 강하다. 출전 제한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진입 장벽이 낮은 대회였다. 베스트 전력이 나서는 국가대항전에 발탁된 건 사실상 이번 WBC가 처음이다. 구창모는 "현재 몸 상태는 전혀 문제없다. 지난달 초부터 개인 훈련 중인데 페이스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부상에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통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창모의 태극마크 기회는 더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부상이 문제였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허리, 2021년 도쿄 올림픽은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출전이 좌절됐다. 두 대회 모두 대표팀 승선이 유력했지만,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특히 2021년에는 재활 치료가 더디게 진행돼 시즌 전체를 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8일 575일 만에 KBO리그에 복귀, 건재를 과시했다. 19경기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위력을 떨쳤다. 2019년 세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종전 10승) 기록을 갈아치웠고 마침내 WBC 최종 엔트리 승선을 이뤄냈다.
구창모의 이름 앞에는 '광현종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김광현(35·SSG 랜더스)과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은 수년간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었지만,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적지 않다. 두 선수를 대체할 차세대 왼손 에이스를 발굴하는 게 대표팀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빠른 공이 시속 150㎞를 넘나드는 구창모가 1순위 후계자.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고 팔 스윙이 짧아 타자의 체감 구속까지 끌어올린다.
이번 WBC에선 김광현·양현종과 함께 발탁돼 더욱 관심이 쏠린다. 구창모는 "국가대표 경험이 많지 않아서 느낌이 조금 다를 거 같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도 되지만 오히려 잘 이겨내면 더 주목받을 수 있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출전하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국가대표 안방마님은 양의지(36·두산 베어스)다. 양의지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NC에서 활약했다. 구창모는 "같이 호흡했던 의지 선배가 있어서 걱정보다 기대가 된다"며 "(WBC에는) 워낙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가장 상대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WBC는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하는 대회로 일본은 오타니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등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창모는 지난달 17일 NC와 비(非) FA 다년 계약에 합의했다. 2024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면 6년, 최대 125억원(총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5억원)을 받고, 만약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6+1년, 최대 132억원으로 조건이 바뀐다. 상황에 따라 계약 기간이 유동적이지만 큰 돈을 손에 넣는 건 변함 없다. 이번 WBC는 대형 계약 후 나서는 첫 번째 대회다.
그는 "지난 시즌 부상 트라우마를 많이 떨쳐냈다. 워낙 부상이 잦으니까 트레이닝 파트 쪽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신다. 그래서 더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년 계약은)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야구만 잘하라는 뜻인 거 같다. 열심히 해서 결과로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