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급'이라는 수식어도 부족하다.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들이 전 세계 최고의 키스톤 콤비를 뒤에 두고 세계무대에 도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발표한 WBC 대표팀 명단 30인에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포함했다. 에드먼은 한국 대표팀 최초의 혼혈 선수다. 재미교포인 어머니 덕분에 한국 대표팀 합류 자격을 얻었고, 최종 승선에 성공했다. 미들 네임도 한국 이름인 '현수'다. 그가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대회에서 의미가 크다.
실력은 더 눈에 띈다. 에드먼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153경기(2루수 89경기, 유격수 80경기)에 출전했던 주전급 내야수다. 빅리그 주전급 내야수로 성장한 후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한국 선수는 없었다. 에드먼, 그리고 키스톤 콤비를 구성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처음이다.
에드먼은 타율 0.265 1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25를 기록할 만큼 타격에도 강점이 있다. 수비는 MLB 최정상 수준이다. 유격수·2루수·3루수·중견수·우익수 5개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실책은 단 3개에 불과했던 '철벽'이다. 지난해 김하성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했던 골드글러브를 에드먼은 이미 2021시즌 수상했다.
세부 수치로 보면 더 압도적이다. 에드먼은 지난해 타구 트래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비지표 OAA(평균 대비 아웃 창출)에서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MLB 전체 야수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DRS(수비 실점 억제)에서도 유격수에서 +6, 2루수에서 +12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합산한 +18은 리그 전체 야수 8위권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지난해 에드먼은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에 들었지만, 2년 연속 수상에는 실패했다. 골드글러브 수상은 현장 전문가들의 투표가 반영된 탓이다. 수비 지표는 에드먼이 더 높았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포함해 6개 포지션을 책임졌던 팀 동료 브랜든 도노반이 그 대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신 각종 수비 기록을 두고 수상하는 필딩 바이블 어워드에서는 멀티 포지션 부문을 수상했다.
뛰어난 걸 넘어 꾸준하다. 에드먼은 단축 시즌인 2020년을 제외하고 세 시즌 동안 모두 +12 이상의 OAA를 기록했다. 최근 4년 합산 +48 역시 리그 야수 전체 8위에 달하는 성적이고, 이들 중 2루수는 아무도 없다. 세계 최고의 2루수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성적이다.
내야 수비는 혼자 할 수 없다. 아무리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해도 합을 파트너가 필요하다. 김하성과 조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하성 역시 올 시즌 OAA +8(전체 34위)로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두 사람의 수비 합(OAA +27)이라면 역대 최고의 올스타로 여겨지는 이번 미국 대표팀의 키스톤 콤비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레드삭스)의 조합(OAA 합 +10)보다 뛰어나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기전을 좌우하는 건 수비다.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많은 WBC에서라면 더 중요하다. 에드먼의 합류가 대표팀에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