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이 KGC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8일 안양체육관에서 끝난 서울 SK와 2022~23시즌 4라운드 홈경기(83-80 승)에서 10분 31초 동안 10점 3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해 승리를 이끌었다. 10점 모두 승부처인 4쿼터에만 기록했다. 처음이 아니다. 박지훈은 지난달 27일 고양 캐롯과 홈 경기(84-82 승)에서도 종료 18초 동안 7점을 터뜨리는 활약을 한 바 있다.
박지훈은 '조커의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김상식 KGC 감독의 믿음을 듬뿍 받는다.
박지훈은 속도가 빠르다. 돌파에 강점이 있다. 전반에 체력을 비축해둔 뒤 경기 승부처인 후반에 투입돼 상대 코트를 휘젓는다. 체력 여유가 있는 박지훈을 막기 힘든 이유다. 전희철 SK 감독도 “짧은 시간에 박지훈에게 점수를 너무 많이 줬다”며 아쉬워했다.
포인트 가드가 주 포지션인 박지훈은 리딩보다 공격에 더 강점이 있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좋다는 평가이지만, 박지훈 자신은 빠른 돌파를 앞세워 득점에 성공하는 걸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경기 리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격하는 게 나의 강점이다. 내가 코트에 들어서면 공격 패턴이 빨라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훈은 팀 공격 옵션을 다양화했다. 메인 포인트 가드인 변준형(27)과 공생에 성공하고 있다. 박지훈이 교체 투입되면 슛이 좋은 변준형이 볼 핸들러에서 슈터를 맡는 형식이다. 김상식 감독은 “둘이 잘 맞는다. 투맨 게임도 잘 된다”고 했다. 오마리 스펠맨도 “농구를 할 줄 아는 좋은 공격 자원이 많아 경기가 잘 풀린다”고 평가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받아 프로 데뷔한 박지훈은 가드로서는 다소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 턴오버를 자주 유발했다. 팀 공격의 시발점인 가드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어느 한 지도자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지훈은 지난 시즌부터 턴오버 개수를 줄였다. 김상식 감독은 “지훈이가 여유를 갖고 경기하려고 한다. 덩달아 다른 선수들도 안정감을 가져가는 거 같다”라며 “지훈이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 충분히 만족한다.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박지훈도 “중요한 순간에 투입되는 게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기가 잘 풀리면서 선배들이 ‘자신 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용기를 준다”면서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 덕분에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내가 해도 되겠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