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동갑내기 간판스타의 통산 세 번째 맞대결이 임박했다. 외야수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와 오른손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 버팔로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이정후와 야마모토는 일찌감치 WBC 출전을 확정했다. 이정후가 지난 4일 한국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30인)에 이름을 올렸고 야마모토도 이틀 뒤 '사무라이 재팬'에 합류했다. 일본은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6일 구리야마 히데키 야구대표팀 감독이 야마모토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비롯해 대회에 나설 주축 선수 12명을 먼저 공개했다.
앞선 두 번의 맞대결은 장군멍군이었다. 첫 맞대결은 2019년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이었다. 당시 이정후는 3-5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셋업맨으로 등판한 야마모토를 상대했다. 결과는 야마모토의 완승. 초구 커브와 2구째 포크볼을 지켜본 이정후는 3구째 포크볼에 헛스윙해 3구 삼진을 당했다. 그해 이정후는 타석당 삼진 비율(KK/PA·0.06)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그만큼 삼진을 잡아내기 까다로운 타자였지만 야마모토의 예리한 변화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두 번째 맞대결은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이었다. 이정후는 대회에 앞서 "2년 전 프리미어12 결승전 때 3구 삼진을 당한 투수가 있었다. 공이 정말 좋았다"며 야마모토를 기억했다. 이어 "구질(구종)도 다 기억한다. 내가 알기로는 포크볼-커브-포크볼(실제 커브-포크볼-포크볼)에 당했다. 다시 만나면 이기고 싶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리턴매치가 성사된 건 준결승전. 이정후는 선발 등판한 야마모토를 상대로 4회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1회 1사 1루에선 2루타, 6회 무사 1루에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뽑아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후 소속팀으로 복귀한 두 선수는 더 성장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타격왕 2연패 포함,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데뷔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5년 연속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자타공인 한국 최고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야마모토도 일본 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 섰다. 지난해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을 기록, 2년 연속 투수 5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완봉)을 차지했다. 6월 세이부 라이온스전에선 노히트 노런을 해냈고 시즌 뒤에는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2년 연속 받았다. 시속 150㎞대 후반까지 찍히는 패스트볼과 낙 폭이 큰 포크볼 조합은 난공불락에 가깝다.
두 선수를 향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관심은 뜨겁다. 이정후는 올 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야마모토도 향후 미국 진출 가능성이 커 MLB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는다.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하는 WBC는 기량을 어필할 좋은 무대. 지난달 15일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선정한 아시아리그 유망주 랭킹에선 야마모토가 전체 2위(투수 1위), 이정후는 전체 5위(타자 2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일본·호주·중국·체코와 함께 WBC B조에 편성됐다. 3월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1라운드를 치른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따내려면 3월 10일 예정된 한일전 결과가 중요하다. 이정후와 야마모토의 세 번째 맞대결은 WBC 향방을 좌우할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