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많은 메이저리그(MLB) 구단이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뛰었던 LA 다저스가 그랬고, 시카고 컵스나 보스턴 레드삭스도 빅리거 배출 비율을 떠나 고교 유망주를 자주 영입했다.
올해는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주목받고 있다. 박찬호가 MLB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팀이고, 강정호(은퇴)도 개인사 문제로 떠나기 전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고교 졸업 뒤 미국 무대로 직행했던 배지환과 박효준이 뛰는 팀으로 알려졌다.
박효준은 방출됐지만, 배지환은 주전 외야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올겨울 스토브리그 초반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었던 최지만이 트레이드로 이적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최근엔 2022년 고교야구 최대어 투수였던 심준석의 입단이 확정됐다. 예상보다 박한 계약이었다는 소식이 들리며 실망감을 가진 팬도 있지만, 피츠버그가 한국야구를 주시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피츠버그는 1882년 창단된 팀이다. 1876년 출범한 MLB 역사와 함께 걸었다. 팀 명(Pirates)으로 인해 해적 군단으로 불리고 있다.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79년이다. 통산 우승은 5회.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PS) 진출은 2015년이다.
피츠버그는 수년째 리빌딩만 하고 있다. 2022시즌엔 62승 100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2022시즌 100패 이상 당한 팀은 4팀(피츠버그·신시내티 레즈·워싱턴 내셔널스·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뿐이다.
하지만 2~3년 뒤엔 다시 해적 군단의 위용을 되찾을 전망이다. 뽑고, 영입해 키운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쌓이고 있다. 베스트 라인업에 매력 있는 선수가 꽤 많다.
대표 선수는 오닐 크루즈(25)다. 현재 MLB에서 최장신(201㎝) 유격수다. 큰 키보다 더 주목받는 건 강한 어깨다. 지난해 7월 15일(한국시간) 출전한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땅볼을 잡은 뒤 무려 97.8마일(시속 157.3㎞)짜리 송구를 보여줬다. 측정 장비를 도입한 뒤 가장 빠른 송구였다고 한다. 선발 투수였던 잭 톰슨보다 더 빠른 공을 뿌렸다.
축복받은 피지컬에 괴물같은 운동 능력을 지녔다. 2022시즌이 데뷔 2년 차였는데 홈런 17개를 쳤다. 수비력은 더 나아져야 한다. 678이닝을 소화하며 실책 17개를 기록했다. 잠재 능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3루수 키브라이언 헤이스(26)도 있다. 2015년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다. 빅리그 데뷔는 2020시즌.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96경기에 나선 2021시즌 유망주다운 잠재력을 보여줬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4월, 헤이스와 기간 8년·총액 70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하기도 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2022시즌 타율 0.244 7홈런을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는 빼어났다. 1102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수비율 0.972을 기록했다. NL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수상은 10년 연속 이 타이틀을 지킨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빼앗겼지만, 리그 최고 3루 수비를 갖춘 그에게 헤이스가 한발 다가섰다.
외야진엔 브라이언 레이놀즈가 있다. 2018년 트레이드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듬해 16홈런을 때려내며 주전을 꿰찼다. 최근 2시즌(2021~2022)도 각각 24개, 27개를 기록하며 팀의 간판타자로 올라섰다.
브라이언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구단은 불가 입장을 전했다. 피츠버그는 최근 '해적 선장'으로 불리던 앤드류 맥커친을 재영입했다. 전·현직 간판타자의 앙상블이 기대된다.
여전히 피츠버그의 마운드와 안방 전력은 약하다. 하지만 야수진 전력은 나쁘지 않다. 미구엘 안두하, 카를로스 산타나, 코너 조 등 외부 영입으로 뎁스를 강화하기도 했다. 다가올 시즌 피츠버그의 공격과 수비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