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최고의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29)의 소속팀 LA 에인절스의 구단주가 바뀌지 않게 됐다.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하는 오타니의 이적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아트 모레노(77) 에인절스 구단주는 2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성명을 냈다. 2023년과 그 이후에도 구단을 계속 소유하겠다는 내용이다.
모레노 구단주는 "매각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팀과 팬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느꼈다"며 "이번 겨울 구단 역대 최고의 연봉 총액을 약속했고, 팬들에게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모레노는 지난 2003년 월드 디즈니 컴퍼니로부터 1억8400만 달러를 주고 에인절스 구단을 매입했다. 멕시코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메이저 스포츠 구단주가 됐다.
모레노가 보유한 동안 에인절스 구단의 가치는 계속 뛰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에인절스의 추산 가치는 13.6배에 달하는 25억 달러에 달한다.
가치는 올랐지만, 운영이 뛰어났던 건 아니다. 이 기간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에 단 6번만 진출했고, 2014년 이후로는 가을 야구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우승은 모레노가 구단을 사기 전인 2002년이다.
모레노는 나름대로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알버트 푸홀스를 시작으로 조쉬 해밀턴, C.J 윌슨, 저스틴 업튼 등 고액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 쇼헤이 등 MLB 역사를 바꾸는 대형 신인들도 발굴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마다 부침을 겪었고, 투자가 연이어 실패해 경쟁력 없는 시즌을 반복했다. 더구나 모레노는 사치세 라인은 철저히 지키면서 트라웃과 오타니의 황금기를 방치해왔다. 이 시대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히는 트라웃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단 1회뿐이고, 오타니는 그조차도 없다. FA를 앞둔 오타니의 이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모레노 구단주의 간섭이 심하다는 지적도 수 차례 나왔다. 지난 2020년에는 LA 다저스와 트레이드가 지연되자 기다릴 수 없다며 구단주 직권으로 결렬시킨 전례도 있다. 당시 다저스는 팀 연봉을 낮추기 위해 로스 스트리플링과 작 피더슨 등 즉전감을 내주겠다 했지만, 모레노 구단주의 '자존심'이 이를 막았다. 이후 에인절스는 '보란듯이'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모레노의 간섭 속에 무능하다 비판 받았던 제리 디포토 현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 빌리 애플러 뉴욕 메츠 단장은 새 구단주 밑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강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오타니를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은 팀의 혁신 뿐이었다. 새 구단주 밑에서라면 가능했다. 마침 모레노 구단주가 지난해 8월 구단 공개 매각을 추진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구단주 조 레이코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사주 패트릭 순시옹, 알려지지 않은 일본계 투자단 등 최소 6개 투자 그룹이 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결국 모레노 구단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했고 새로운 투자나 체질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남은 건 에인절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성적으로 오타니를 설득하는 방법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