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41·SSG 랜더스)가 최근 미국 댈러스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선발에 대해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추신수는 일본은 국제 대회마다 새로운 얼굴을 많이 뽑는다면서 “언제까지 김광현(SSG)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냐. 어린 선수 중 재능있는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등이 승선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필요했다'는 비판부터 적절하지 않다. 대표팀 투수진 명단에는 김광현·양현종 외에도 고우석·정우영·김윤식(이상 LG 트윈스)·이의리(KIA)·소형준(KT 위즈)·곽빈·정철원(이상 두산 베어스) 등 20대 투수들이 대거 승선했다.
야수는 경험이 아닌 실력 우선으로 선발했다. 메이저리거 3명(김하성·토미 에드먼·최지만) 전원과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 7명이 승선했다. 외국인(호세 피렐라)과 은퇴 선수(이대호)를 제외한 KBO리그 '베스트 7'이다. 20대 선수를 추가한들 백업이고, 주전과 실력 차도 크다. 명분이 충분했다.
화두에 오른 건 단연 안우진이다. 실력만 보면 대표팀 에이스다. 지난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으로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휘문고 시절 학교 폭력(학폭) 징계 이력 탓에 이번 대표팀 관심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추신수는 안우진에 대해 “이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도 받았는데 국제대회는 못 나간다”고 지적했다. 또 “일찍 태어나 야구했다고 선배가 아니다. 불합리한 처지의 후배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아무도 안 나선다”고도 말했다.
안우진에 대한 '용서'는 추신수도, 대표팀 관계자도 언급할 수 없는 문제다. 안우진 측은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그중 1명과는 용서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안우진 본인도 이 문제가 불거지자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한다"면서도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학폭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역린'이다. 최근 OTT 넷플릭스에서 가장 뜨거웠던 작품도 학교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였다. 높은 수위의 폭력 묘사에 더해 피해자에게 남기는 신체적·정신적 상흔을 심도 있게 묘사해 호평받았다. 학폭 문제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있고 관심도 뜨겁다. '용서가 쉽지 않다'고 국민정서를 이야기할 시기가 아직 아니다.
'메시지'도 그랬지만, '메신저'도 문제다. '프로 선수' 추신수와 '국가대표' 추신수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추신수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성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누렸다.
그 후 국제대회에서 더는 추신수를 볼 수 없었다. 2013년 WBC 때는 트레이드 후 새 팀과 중견수 포지션 적응을 이유로 불참했다. 2017년 WBC 때는 부상으로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허락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스토리를 모르신다"며 부상을 우려한 구단이 만류했고, 남은 계약에 책임을 느껴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대표팀에 불참한 추신수는 2013년 후 7년 1억3000만 달러의 초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성공했다. 2017년 불참 후에는 149경기 출전 22홈런으로 그가 말한 '책임'도 다했다. 그가 떠난 대표팀은 두 차례 모두 1라운드 탈락에 그쳤다. 개인적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대표팀 구성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을지는 물음표가 따른다.
추신수 본인도 '사건·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2011년 5월 2일 미국에서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201%)으로 적발돼 논란을 빚었다. '어렵다'던 용서도 2년 만에 이뤄졌다. 2013년 그가 300출루를 기록한 후 FA 대박을 이루자 모든 미디어와 팬들이 그를 치켜세웠다.
지난 2년간 추신수의 직언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그의 한 마디가 방아쇠가 돼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각 구장 원정 라커룸들이 개선됐다. 잡음이 나던 이대호의 은퇴 투어는 모두의 축제로 마무리됐다. 이번 발언은 다르다. 야구계가 얻을 건 없고, 역린만 건드린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