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등 이미지 중심의 SNS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추억을 저장하는 방식이 사진을 출력해 집에 있는 앨범에 간직하는 ‘앨범형 추억’에서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공간에 저장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인증형 추억’으로 바뀌었다.
‘Instagramable(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말이 자리 잡을 정도로 우리는 ‘인생샷’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 방문하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는 것이 뉴노멀로 자리잡았고, 여행과 전시회 등 비일상적인 공간을 찾아가 특별히 남겼던 인생샷은 이제 카페, 식당 등 일상적인 공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에 인증샷 여부가 가게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인생샷 성지’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 방법도 단순히 인테리어를 특별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메뉴의 맛, 비주얼, 서비스, 식기, 캐릭터, 오브제 등 다양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콘셉트나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파파이스’는 강남과 구로디지털단지에 매장을 두고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각 매장은 브랜드 상징 컬러인 오렌지, 민트 등을 인테리어에 활용해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쨍한 색감의 인테리어 포인트와 미국 레스토랑에서 모티브를 얻은 좌석 배치 등을 통해 ‘루이지애나 스타일’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마스코트 ‘뽀삐’ 캐릭터를 포인트로 활용한 포토월과 외부 네온사인은 방문객들의 셔터를 바쁘게 만들고 있다.
파파이스의 ‘루이지애나 스타일’은 단순히 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메뉴의 퀄리티 면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2019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치킨 샌드위치’를 변형 없이 그대로 제공하면서 미국 본토의 맛을 선보였다. 또한 K-치킨 샌드위치, 디럭스 치킨 샌드위치 등 한국 특화 메뉴도 개발해 미국의 맛과 한국만의 맛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파파이스 코리아는 글로벌에서 쓰이는 패키징 디자인을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매장에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파파이스 방문 고객들은 파파이스 매장에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미국 남부를 여행중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크림 필링을 가득 채운 도넛과 디자인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의 공간은 모두가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화 같은 공간’을 내러티브로 삼은 파스텔톤 인테리어로 미국 만화 속 도넛 가게를 연상시킨다. 메뉴와 공간은 물론이고 포장 시 제공하는 박스까지 꼼꼼히 디자인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한편 하나의 촬영 오브제로서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또한 곰, 토끼 등 동화에 등장할 법한 동물 캐릭터를 케이크 디자인에 활용해 기존 원형 케이크의 고정관념을 깬 디자인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지점 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하고, 캐릭터 디자인을 활용해 카카오프렌즈, 갤럭시버즈, 이니스프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카페 ‘텅플래닛’은 성수에서 시작한 대형 카페로 전국에 4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공간 디자인과 메뉴 등을 통해 떠오르는 ‘힙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넓은 매장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눈 후 공간별 테마를 지정해 하나의 매장에서 여러 가지 분위기를 향유할 수 있다.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가구, 로고인 혀 네온사인, 곡선을 활용한 오브제 등을 통해 공간의 개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텅플래닛의 개성은 단순히 공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음료와 디저트에서도 기존의 문법을 파괴한 디자인을 제공해 색다른 경험을 인증할 수 있다. 혀, 통나무, 이모티콘 등 기존의 디저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러티브를 활용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별하고 키치한 상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텅플래닛은 최근 부산에도 분점을 오픈했다.
파파이스, 카페 노티드, 텅플래닛 세 곳 모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른 세상에 ‘접속’한 듯한 느낌을 준다. 공간에 입장한 후 제품을 구매하고 맛보는 모든 과정에서 포토제닉한 경험을 제공해 색다른 인생샷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