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예능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야구인이 늘면서 프로야구 코치 처우 개선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KBO리그는 현재 '코치 구인난'이 심각하다. 수년째 공급이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를 잘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방송 예능으로 향한다. 프로야구 코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거 같다"고 말했다.
매년 프로야구에선 은퇴 선수가 나온다. 예년 같으면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받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다르다. 웬만한 선수들은 예능으로 빠진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를 진행한 레전드지만 선수 유니폼을 벗은 뒤 바로 예능에 뛰어들었다. 그가 출연 중인 JTBC '최강야구'에는 박용택(통산 2504안타)과 장원삼(통산 121승)을 비롯해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대거 나온다. A 구단 단장은 "JTBC 예능에 나오는 선수들은 코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아쉬워했다.
선수들이 은퇴 후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처우'가 꼽힌다. B 구단 코치는 "예능에 나가면 최소 주간 출연료로 3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라. 한 달이면 1000만원을 넘고 1년이면 1억원을 상회한다. 코치하면서 받는 연봉을 생각하면 예능에 나가는 게 이해된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야구 초임 코치 연봉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지방의 한 구단은 새롭게 채용된 코치 연봉을 5500만원으로 균일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KBO리그 선수 평균 연봉은 1억5259만원. 코치 초임 연봉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억대 연봉 코치는 구단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선수 연봉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코치 연봉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니 해를 거듭할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안팎에선 "은퇴해서 코치를 하는 것보다 은퇴를 최대한 미루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9년부터 가이드북부터 코치 연봉을 담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가이드북에 해당 코치의 3년 치 연봉을 공개했지만, 어느 순간 비공개로 돌아선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코치 연봉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구단의 부담이 컸다. (금액이 적어) 좋을 게 없으니까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열악한 처우가 만든 빈틈을 예능이 파고들었다. C 구단 단장은 "(은퇴한 선수들이) 예능을 하니까 데려오기 어렵다. 우리 구단은 (코치 연봉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치 처우가 열악하다는 데 100% 공감한다"며 "그런데 우리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리그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방 구단은 더 힘들다고 하더라.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A 구단 단장은 "과거 같으면 은퇴하고, 프로에서 오래 뛰던 선수들이 대부분 코치가 됐다. 지금은 코치 풀이 좁아진 게 맞다"며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코치 연봉은 5000만원 정도에서 시작한다. (방송 쪽 출연료를 들으면) 현직 코치도 흔들릴 거 같다. 실제 방송 제안을 받고 고민하는 코치도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이어 "여건이 개선되면 좋지만, 구단 살림살이가 뻔하지 않나. 선수 연봉은 오르는데 코치 연봉은 왜 안 되냐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주장인데 구단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예능과 경쟁하면 어쩔 수 없이 (코치 연봉을) 올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방 구단에는 FA(자유계약선수)도, 외국인 선수도, 직원도, 코치도 오지 않는 4중고를 겪는다. 이미 무수히 많은 거절을 당해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봉뿐만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한 야구관계자는 "코치는 대부분 1년 단기 계약하는 비정규직이다. 성적에 따라서 미래가 바뀔지 모른다. 차라리 방송이나 레슨장을 하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관계자는 "(코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 200% 공감한다.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人)프라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