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5대 그룹 총수일가의 대출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일가만 주식담보가 없어 눈길을 끈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이 있는 대기업 집단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27일까지 그룹 총수 가족 130명이 상장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총 5조387억원을 대출받았다. 2021년 말 기준 138명이 4조9909억원을 대출받은 것보다 1.0% 늘어난 수치다.
대출 규모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85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홍 전 관장의 대출액은 2021년 말(1조원)보다 1500억원(15.0%) 줄어 조사 대상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홍 전 관장 외에도 삼성 총수일가 2명이 대출규모 상위 5위에 랭크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6500억원으로 2위에 올랐고,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3711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상장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은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065억원으로 대출규모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3215억원으로 5위다.
이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250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132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1880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220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983억원) 등이 대출규모 톱10에 포함됐다.
구광모 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주식담보 대출액이 증가했지만 5대 그룹 총수일가 중 현대차그룹만 주식담보 대출금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총수일가의 대출 증가는 자산 승계 과정에서의 상속 세 재원 마련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5년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내고 있는 구광모 회장의 경우 대출액 증가율이 394.7%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경영 승계가 이뤄졌지만 지분 승계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상속세 납부 등으로 큰 규모의 금액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그룹 총수일가와는 달리 주식담보 대출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5.33%로 현대차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6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출액 증가폭은 이부진 사장이 22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구광모 회장이 1500억원,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4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