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외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위원 선거에 낙선했다.
FIFA 평의회는 FIFA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다. 평의회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임기 동안 AFC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한다. 한국은 AFC에도, FIFA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없는 상태다.
정몽규 회장은 2015년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17년 재도전해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돼 2년간 활동했다. 그러나 2019년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고, 이번 도전에도 또 한번 쓴잔을 마셨다.
정 회장은 이번 선건에서 입후보한 7명 중 6위에 그쳤다. 유효표 45표 중 19표를 얻었다.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가 40표, 다시마 고조(일본)가 39표, 야세르 알 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가 35표로 상위 3인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마리아노 V. 아라네타 주니어(필리핀)가 34표, 다툭 하지 하미딘 빈 하지 모흐드 아민(말레이시아)이 30표로 5명을 뽑는 집행위원 마지막 당선자가 됐다. 이번에 당선된 위원의 임기는 2027년까지다.
이번 총회에서는 AFC 회장직도 선출됐다. 현 회장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칼리파(바레인) 회장이 단독 입후보해 투표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2027년 남자 아시안컵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선정됐다.
한국 축구 외교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드러난 자리였다.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6위를 한 정몽규 회장은 19표에 그쳐 5위(30표)와 격차가 컸다. 한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사에게도 밀렸다는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중국이 개최권을 반납한 2023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했다가 카타르에 밀린 바 있다.
북한조차 여성 집행위원을 배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5개 권역별로 한 명씩 뽑는 AFC 여성 집행위원에 한은경 북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이스트존 당선자가 됐다.
AFC는 오래 전부터 중동 국가들이 강력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AFC 내 정치에서 동북아시아가 밀리고 있음에도 일본이 FIFA 평의회 위원 한 자리를 꾸준히 차지할 수 있는 건 AFC의 각종 이벤트에 일본 스폰서가 안정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과거 AFC의 중동권 핵심 인사들과 반목했던 사례가 있어 이를 되돌리는데 상당한 외교적 에너지를 써야 했다. 여기에 한국 축구는 AFC가 주최하는 각종 대회 유치나 스폰서 유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FIFA 평의회 위원, 아시안컵 유치와 같은 ‘알짜 자리’에만 도전했고, 그 결과가 낙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한국 축구의 국제 외교력은 현재의 실패를 거울 삼아 AFC에서 바닥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