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에는 짧은 장면일지라도 그 안에 의미심장한 장치가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이런 재미를 찾아보는 것이 바로 영상 콘텐츠의 매력입니다. 1초 만에 지나간 그 장면 속 의미를 짚어보고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도록 ‘1초의 미장센’을 소개합니다.
tvN 주말드라마 ‘일타스캔들’은 대한민국 1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의 티격태격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뻔하디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지만, ‘일타스캔들’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호평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뽑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치열과 행선에 담긴 서사를 쌓아가는 초반 장면들이 인상 깊다. 치열은 ‘대한민국 1타 강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정상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주변인들에 무신경한 치열은 마치 감정없는 철인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치열은 어떤 아픔을 가지고 늘 불면증과 섭식장애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이러한 치열의 ‘숨겨진 약한 모습’은 '일타스캔들' 1화에서 하루를 마친 치열이 잠자리에 드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잠을 뒤척이던 치열은 결국 호화스러운 침대를 두고 침낭 속으로 파고든다. 치열의 얼굴은 가로로 누워 서서히 잠에 빠져들지만, 화면이 천천히 회전하며 치열의 방향은 꼿꼿이 선 것처럼 전환된다. ‘선 잠을 자는’ 치열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치열은 한 치의 틈도 없는 완벽한 인생을 꾸려가지만, 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자는’ 행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곤궁한 삶을 산다. 그런 척박한 치열의 삶에 행선의 도시락이 한줄기 빛처럼 등장한다. 과거 자신이 힘들 때 따뜻하게 맞이해줬던 은인이 ‘집밥’을 똑같이 재현해낸 맛이다. 여전히 침낭에서 어렵게 잠드는 치열이었지만, 행선의 도시락을 만나 비로소 횡으로 누워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치열은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지만, 행선의 딸에게 과외를 해주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마음껏 행선의 음식을 먹게 된다. 마음의 짐을 덜어버린 치열은 그날 비로서 호화로운 자신의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이 든다. 늘 냉정하게 타인에 선을 그었던 치열이 누군가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일타스캔들’ 각본을 쓴 양희승 작가는 지난달 드라마 방영에 앞서 참여한 제작발표회에서 “행복감을 회복하고 변하도록 영향을 주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전했다. ‘치열’하게 살던 인생에 행선이 끼어들면서, 그의 삶에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