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초 유격수·2루수 골든글러브(GG) 동시 수상. 김선빈(34·KIA 타이거즈)이 작년 이맘때 내세운 목표다.
2017시즌 유격수 부문 GG를 받았던 김선빈은 2020시즌 2루수로 전향했다. 2019시즌 주전 3루수를 맡아 수비력을 인정받은 팀 후배 박찬호가 유격수로 이동했고, 김선빈은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며 빈자리가 된 2루수를 맡았다.
김선빈은 2021년 2루수 GG 투표에서 정은원(한화 이글스, 121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5표를 얻었다. 2021년까지 유격수·2루수 GG를 모두 거머쥔 선수는 없었다.
최초를 향한 김선빈의 도전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에게 가로막혔다. 2021년 유격수 부문 수상자였던 김혜성이 2022년엔 2루수 GG까지 받은 것. 김선빈은 2022시즌 2루수 최다 이닝(1134와 3분의 1)을 소화했고, 타석에서도 준수한 성적(타율 0.287 3홈런 61타점)을 남겼지만, 공·수 기록 모두 김혜성에게 조금 밀렸다.
대기록 도전은 실패했지만, 김선빈은 더 의욕적으로 2023년을 보낼 것 같다.
먼저 소속팀은 우승을 노린다. 2022 정규시즌에서 5위에 오르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던 KIA는 올해 목표를 우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2년 연속 팀 주장을 맡은 김선빈도 의욕이 넘친다. 그는 "지난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탓에 KIA팬에게 PS를 치르는 모습을 오래 보여드리지 못했다. 올해는 그런 아쉬움을 드리고 싶지 않다. 모든 구성원이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뜻을 모으고 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과 협업해 팀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즌이다. 2023시즌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 채우면 개인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김선빈은 2019시즌이 끝난 뒤 첫 FA 자격을 얻었고, 2020년 1월 KIA와 기간 4년 총액 40억원에 계약했다.
김선빈은 2022시즌 팀 내 타율 3위(0.287) 출루율 2위(0.373)를 기록했다. 어떤 타순에 들어가도 제 몫을 다하는 선수다. 수비에선 센터라인의 리더다. 그는 더그아웃 리더 역할까지 하는 팀의 기둥이다.
3년 전, 김선빈의 계약이 발표됐을 때는 몸값(40억원)에 거품이 끼었다는 시선도 있었다. 김선빈은 지난 3년(2020~2022) 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제는 투자 대비 높은 효과를 얻은 계약이었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지난달 김선빈보다 1년 후배인 오지환이 LG 트윈스와 6년 총액 최대 124억원에 계약했다. 오지환과 동기인 김상수도 올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KT 위즈와 4년(총액 29억원) 계약했다.
주전급 내야수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김선빈이 현재 기량을 유지하면 첫 FA 계약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2루수 부문 GG 수상 등 개인 성적까지 리그 정상급으로 인정받으면 몸값은 더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