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비는 모습을 염원했던 최지만(32)이 고개를 숙였다. 새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일 "WBC 조직위원회가 KBO에 최지만이 WBC에 출전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 (소속팀) 피츠버그 구단은 대회 조직위원회에 최지만의 수술 이력을 사유로 WBC 참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부상 검토위원회를 개최, 관련 사안을 심의했고, 최지만의 출전 불가를 결정했다. 조범현 한국 WBC 대표팀 기술위원장과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최지만 대신 SSG 랜더스 외야수 최지훈을 대체 발탁했다.
최지만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같은 날(6일) 국내 매니지먼트사 스포츠바이브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최지만은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운동선수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뛰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며 "WBC 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대회 참가) 불가 결정에 따른 실망감과 좌절감도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최지만은 지난해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국 WBC 기술위원회는 최지만의 재활 치료 과정을 주시했고, 선수의 대회 참가 의지를 주목해 최종 엔트리에 넣었다. 최지만도 라이브배팅까지 진행할 만큼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지만을 즉시 전력감을 보고 트레이드한 피츠버그 구단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최지만은 지난 시즌 종료 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됐다.
최지만은 대회 출전을 확신하며 몸을 끌어올렸다. 출전 불가 방침에 실망감이 컸고, 국내 야구팬을 향해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그는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이번 국가대표 합류 꿈은 무산됐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은 소속팀 주요 선수의 WBC 출전이 달갑지 않은 것 같다. 빌미만 있으면 출전을 막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매 시즌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선발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의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 차출을 막았다. 지난해 9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장기 계약(6년)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루이스 카스티요도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한국 WBC 대표팀은 1루수 자원이었던 최지만의 대체 선수로 외야수 최지훈을 선택했다. 대수비와 대주자 등 경기 후반 활용 폭이 넓은 선수를 선택했다. 2022시즌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가 문제없이 1루 수비를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최지만은 1루수 또는 지명타자를 맡을 전망이었다. 상대 팀이나 투수에 따라 대타로 나설 가능성도 있었다. 그의 출전이 불발되며 1루수 자원은 한 명이 줄었다. 박병호와 강백호, KT 위즈 듀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특히 강백호는 최지만과 겹치는 게 많았다. 같은 좌타자였고, 빼어난 장타력을 갖춰 '게임 체인저'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였다.
강백호는 2022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다. 부상 탓에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21년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실망감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야구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번 WBC 대표팀에 발탁됐다. 최지만의 출전이 불발되며 강백호의 출전 기회도 늘었다. 그가 '빅리거' 최지만을 지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