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가 미래전략으로 SM 3.0을 발표하면서 대주주이기도 한 이수만의 퇴진을 공식화하자 소속 아티스트 반발이 이어졌고, 다시 내부 직원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SM의 내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SM 2대 주주가 되고 이수만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SM를 둘러싼 머니게임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7일 공시를 통해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고 알렸다. 카카오는 이번 지분 확보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등 삼사가 상호 전략적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SM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SM 3.0 추진을 위한 글로벌 음악 퍼블리싱사업, 글로벌 사업확대, 국내외 레이블 인수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자연스레 이수만 없는 SM 3.0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SM 최대주주 이수만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이,탁 공동대표 등 이사회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SM 내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 화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SM 이사회의 불법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탁 공동대표가 지난 3일 이수만 창업자 퇴진을 공식화하자 소속 아티스트인 김민종이 5일 새벽 강하게 반발하는 이메일을 SM 전 직원에게 보냈다. 김민종은 이메일에서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종의 이런 반발과 달리 SM 내에서는 이, 탁 공동대표의 미래 전략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상당헸다.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 게시판에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의 SM 3.0 선언에 대한 지지와 김민종을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업계에선 SM 내부 진통과는 별개로 이수만 창업주가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이수만 창업주는 이, 탁 공동대표 발표 이후 큰 충격을 받고 대책을 고심 중이었으며, 우선 가처분 신청과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요계에서는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가 정식 공표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앨범 발매 일정을 오는 20일로 예정했다가 연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말들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SM 내부에선 에스파 새 앨범 발표가 공식화된 것도 아닐뿐더러 더 좋은 곡들을 찾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런저런 풍문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수만 창업주가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든 만큼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그가 대주주로서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가 향후 SM 미래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만 창업주는 SM 지분의 약 1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그의 백기사로 여겨지는 컴투스가 지난해 4.2% 가량 SM 지분을 확보한 상태지만 다른 주주들이 이수만 창업자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SM은 사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려다가 주주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반면 SM 지분을 1% 가량 확보한 소액주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는 81.3%에 달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선임됐다. 당시 의결권 지분 6.3%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16개 기관투자가들이 얼라인 측 손을 들었다.
일련의 사태가 얼라인의 주도로 이어진 만큼,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얼라인의 입김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만 창업자는 1995년 SM을 설립한 이래 총괄 프로듀서로 회사를 이끌다가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으로 SM으로부터 매년 200억원 이상을 받았다. 이에 얼라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SM은 결국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해지했다.
때문에 이수만 창업자가 주주총회에서 어떤 입장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다른 주주들이 이에 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한편 SM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이 SM에서 이대로 퇴진할 것인지, SM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할지는 결국 이,탁 공동대표의 SM 3.0 비전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에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만 창업자가 SM 아티스트들에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기에, SM 3.0 비전이 좋은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소속 아티스트들도 SM의 미래에 신뢰와 지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업계에선 김민종이 이메일로 이수만 퇴진 반대 의사를 밝혔을 때, 일부 SM 아티스트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려 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사태를 관망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계 관계자는 “SM의 미래는 결국 SM이 올해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내놓느냐에 달리지 않았겠느냐”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티스트들의 동요가 이어지고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전략이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한데 과연 주주와 시장과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