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36·2m)은 ‘건세근’이라는 독특한 별명 아닌 별명이 있다. ‘건세근’은 ‘건강한 오세근’이라는 뜻인데, 압도적인 빅맨인 오세근이 부상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굳이 구분하기 위해 이런 설명이 자주 붙는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시즌인 2011~12시즌 단숨에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큰 키는 아니지만,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데다 매우 영리한 골밑 플레이를 하는 최고 레벨 빅맨이다.
하지만 오세근은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았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모두 소화한 게 단 한 시즌(2016~17시즌)에 불과하다. 이 시즌에 KGC는 통합 우승했다.
오세근은 프로 2년 차인 2012년에 발목 수술을 받아 2012~13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이후 족저근막염도 계속 이어졌다. 포스트 자원이다 보니 몸싸움을 하다가 입술이 터지거나 눈이 찢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어깨, 무릎 등의 잔부상도 이어졌다. 그가 데뷔 후 정규리그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건 세 시즌에 불과하다. 40경기 이상을 뛴 것도 11시즌 중 절반 수준인 6시즌이다.
2019~20시즌 17경기만 뛴 오세근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던 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는 활약이 미진했다. 에이징커브가 두드러진다는 냉정한 평가도 받았다.
그런 오세근이 올 시즌에는 좀 다르다. 아직까지 별다른 부상 없이 38경기에서 평균 27분을 뛰고 있다. 득점(평균 12.6점)보다 돋보이는 건 리바운드(평균 6.3개) 개수가 최근 4시즌 최고 기록이라는 점이다.
오세근은 득점력이 좋은 오마리 스펠맨(평균 19.3점)이 공격에 신경쓰는 동안 골밑에서 수비와 리바운드에 묵묵하게 더 집중한다. 지난 시즌부터 한 경기 평균 1개 이상의 3점 슛을 넣는 등 외곽에서도 슛 확률을 끌어올려 팀 기여도가 높아졌다.
김상식 KGC 감독은 올 시즌 오세근이 유독 부상 없이 건강하게 치르고 있는 비결에 대해 “충분한 휴식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오세근 같은 베테랑은 시즌 중에 팀 훈련보다 휴식과 몸관리가 더 중요하다. 매일 하는 팀 훈련에는 본인이 판단해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도 3쿼터 초반 파울트러블에 걸린 오세근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서 쉬게 했다.
김 감독은 “KT전은 외곽 수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오세근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대가 단신의 빠른 선수 위주로 스몰 라인업을 구성할 때도 오세근에게 휴식을 준다.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KGC는 오세근 같은 베테랑뿐만 아니라 변준형 등 젊은 선수들도 평균 출전시간이 30분 이상으로 체력 소모가 심한 경우 시즌 중에는 팀 훈련을 강요하지 않고 휴식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게 한다. KGC가 최근 5연승으로 선두를 굳게 지키는 비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