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1라운더 신인 투수 윤영철은 해외 전지훈련(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출국을 앞두고 "선배들이 직접 던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특히 롤모델로 꼽은 KIA 에이스 양현종(35)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KIA는 이번 1차 스프링캠프에 송후섭·이태규·김유신·최지민 등 1군 경험이 적은 투수들을 많이 데려갔다. 이들에게도 양현종이 운동하는 모습은 귀감이 될 수 있다. 정해영·전상현·김기훈 등 이미 1군 무대에서 기량이 검증된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시간이다. 양현종은 14일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과 KIA 모두 투산 소재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훈련하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KIA의 1차 캠프는 23일까지다. 양현종과 KIA 후배 투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도 남지 않았다. 그나마 나흘에 하루는 휴일이다.
양현종은 "윤영철 등 너무 어린 투수들에게는 '내가 어떤 조언을 해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것 같다. 먼저 와주면 더 좋겠다"며 웃었다. 양현종은 그러면서도 "신인급 선수나 1차 캠프에 처음 참가하는 선수들이 개막 엔트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면 개인 기량뿐 아니라 팀 전력도 좋아질 것이다. 항상 그런 기대감으로 캠프를 치른다. 다들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남겼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다고 소속팀 고참 역할에 소홀할 생각은 없다. 양현종은 "일단 대표팀과 KIA가 같은 시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동이 쉽다. WBC만큼이나 KIA의 정규시즌도 중요하다.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 팀 동료들과도 함께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타선의 기둥 나성범(34)도 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양현종과 같은 일정을 소화한다. KIA는 야수진도 홍종표·변우혁·김선우·신범수 등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거 1차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KIA 이적 뒤 두 번째 시즌을 앞둔 나성범은 "아직 나를 어려워하는 후배가 많은 것 같다. 먼저, 자주 다가왔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된다면 힘껏 도울 것이다. 나는 항상 열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 중반 "스프링캠프에서 룸메이트였던 김호령을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후배가 없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1년 전 KIA로 이적한 만큼 앞에 나서 후배들을 이끄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후배와는 더 깊이 대화하는 편이다. 나성범은 "나이만 조금 더 먹었을 뿐이다. 아직 내가 베테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배"라고 했다.
WBC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는 나성범은 "후배들이 다치지 않고, 이번 캠프를 앞두고 세운 각자 목표를 다 이루고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