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형님’ LG에너솔루션과 삼성SDI는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등 역대급 실적을 올렸는데, ‘막내’ SK온은 1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을 맡고 있는 SK온은 2022년 매출 7조6177억원, 영업손실 991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신규 공장의 생산량 증대로 매출은 확대됐지만 적자로 인해 '형님'들처럼 잔치집 분위기를 연출하지 못했다.
배터리 3사 모두 생산라인을 증대하는 등 외형을 키우고 있고, 천문학적인 투자금도 쏟아붓고 있다. 생산량 증가로 매출이 올랐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180도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이유는 업력과 노하우에서 갈린 배터리 수율 기술에 있다.
SK온은 7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직접적으로 수율 문제를 언급했다. 영업손실을 낸 이유로 신규 공장 비용 증가와 수율 개선 지체를 꼽으면서다.
SK온의 배터리 생산 수율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수율 95% 이상, 삼성SDI는 90% 수준인 반면 SK온은 70~8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 90% 수준이면 10개 생산에 1개가 불량품이라는 의미다. 이에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실적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해외에서의 수율 개선 작업은 국내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하면 화학적 작용이 발생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수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터리 업계 선두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도 5년 전 SK온과 같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해외공장의 경우 수율을 정상화시키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지난해 미국 조지아와 헝가리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됐기 때문에 수율 정상화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K온은 흑자 전환 전망을 2024년부터로 잡고 있다.
SK온은 7일 2023년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플러스 달성과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율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공정·설비와 운영 측면의 수율 향상 과제를 도출해 추진 중”이라며 “손익 개선에 전사 역량을 결집해 실행력을 높이는 만큼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율 문제로 인한 잡음도 일었다. SK온이 추진했던 포드와의 튀르키예 합작법인 파기의 원인이 수율 문제라는 루머다. 이에 대해 정준용 SK온 아메리카법인장은 미국 특파원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공장 수율 문제는 오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2021년 초반에 배터리 수율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며 “기술력 부족이 아니고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율이 떨어졌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환율 문제도 다른 배터리사와 달리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다. SK온의 고객사가 주로 현대차와 기아였는데 달러가 아닌 원화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경우 고환율로 인해 혜택을 본 반면 SK온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포드와 블루오벌SK 합작사를 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생산라인을 증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0조원 투자 규모 중 배터리 사업 부문에 7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