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자타공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개인 통산 370세이브를 기록, 이 부문 역대 1위(2위 손승락·271개)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300세이브를 돌파했고 전인미답의 400세이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삼성의 뒷문을 책임지며 31세이브를 추가했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연속 기록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쁘지 않다.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오승환의 세부기록은 악화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이 3.32로 높았다. 2005년 데뷔한 그가 KBO리그에서 3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2010년(4.50) 이후 처음이었다. 7월 6일 대구 LG 트윈스전부터 2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4경기 연속 실점하며 월간 평균자책점이 12.79(6과 3분의 1이닝 9실점)까지 치솟기도 했다. 삼성은 이 기간 충격의 13연패에 빠져 5강 경쟁에서 멀어졌다.
고우석(LG 트윈스)과 정해영(KIA 타이거즈)을 비롯한 젊은 마무리 투수의 활약이 맞물리면서 오승환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평균자책점은 물론이고 피안타율도 낮춰야 한다. 최종적으로 블론세이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오승환의 블론 세이브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7개였다.
오승환은 오프시즌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 1월 10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조기 출국, 2월 1일 시작한 팀 훈련에 앞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023년 연봉 계약을 구단에 백지 위임하기도 했다. 두 번 정도 진행한 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관련 내용을 구단에 위임하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연봉 줄다리기로 힘을 빼는 것보다 훈련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시즌을 준비했다. 겨울 동안 몸을 만들고 오키나와에 들어와 미리 훈련했다"며 "몸 상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전체적인 컨디션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에 나오다 보니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지난달 4일 발표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6년 1회 대회부터 2017년 4회 대회까지 WBC를 '개근'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예비 엔트리 개념의 관심 명단(50명)에 없었고, 최종 선택에서도 제외됐다. 관심 명단 이외의 선수도 최종 엔트리 등록이 가능했지만, 오승환은 논외였다. 그를 대신해 고우석, 정우영(LG) 정철원(두산 베어스) 등 젊은 투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프로야구 안팎에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특별히 아쉬움이 들진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다시 뛴다. 올 시즌 어김없이 삼성의 뒷문을 맡는다. 불혹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 후배들을 이끌면서 개인 성적까지 반등해야 한다. 오승환은 지난해 7월의 부진을 딛고 8월 깜짝 놀랄만한 활약(10경기 평균자책점 0.90)을 보여줬다. 팀이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마흔 살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제 별다른 느낌이 없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