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배지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첫 안타, 도루, 타점을 모두 올렸다. 이제 홈런이 나올 차례"라며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밥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집밥 많이 먹고 싶어서 늦게 출국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자신이 뛰었던 북구B리틀 야구단을 방문해 야구용품 선물과 재능 기부를 했던 걸 꼽으며 "야구를 시작했던 곳에 가서 옛날의 나와 같은 애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줄 수 있던 게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배지환은 역대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8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9(419타수 121안타) 8홈런 53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트리플A 구단인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구단 지시대로 내·외야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가치를 높인 끝에 빅리그 콜업에 성공했다.
배지환은 유틸리티 소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잘난 척 하는 건 아니고, 어느 포지션이든 너무 편하다"며 "욕심이 있다면 선발 라인업 안에 드는 것이다. 어떤 포지션인지, 몇 번 타순인지를 고집하는 성격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2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2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이튿날 이어진 컵스와 경기에서는 첫 장타(2루타)와 타점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10경기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적은 경기에도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배지환은 현재 피츠버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초청 선수가 아닌 '빅리거' 자격으로 21일 시작하는 피츠버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배지환은 더 나아가 개막 로스터(26명) 진입과 선발 출전을 노린다. 피츠버그에는 앤드류 매커친, 최지만, 카를로스 산타나 등 고참들이 대거 합류했다. 배지환은 그들의 힘을 기대했다. 배지환은 "선장님(매커친)도 돌아오셨고, 난 이제 막 데뷔한 루키다. '올해 어떻게 하겠다'라고 하기보다 베테랑 선배들께 하나하나 다 빼먹으면서 배우고 싶다"며 "또래 친구들밖에 없어서 솔직히 팀 분위기가 산만한 것도 맞았다. 냄비처럼 잘할 때는 뜨겁고 못할 때는 식는 면이 있었는데 선배들이 잡아줄 것 같다. 최지만 선배와도 너무 친하다. 내가 송구를 못 던져도 잘 잡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피츠버그에는 또 다른 한국 선수도 추가됐다. 지난달 계약을 맺은 심준석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과거 배지환처럼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승격을 노리게 됐다. 배지환은 "성격 나름, 하기 나름이다. 내가 뭐라 하는 건 오지랖이다. 포지션도 다르다"이라며 "준석이도 인정받고 미국에 오는 것이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지환은 "지난해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 올해는 안 다치고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1년 내내 나를 시험해보고 싶다"며 "팬분들께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