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수지. 사진=KO패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미들 블로커(MB)다. 속공·이동 공격·블로킹 등 포지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 원정에선 블로킹 3개 포함 10득점 하며 기업은행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절친' 사이 김연경(흥국생명)과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올 시즌 처음으로 승리했다.
최근 경기력 저하로 사령탑 김호철 감독의 질타를 받은 기업은행 선수들은 전략과 집중력 투지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앞선 1~4라운드 경기에서 모두 패한 탓에 이날 5라운드 맞대결도 기업은행의 열세가 전망됐지만, 유일하게 내준 3세트를 포함해 경기 내내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김수지도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뒤 "모든 선수가 다 잘했다. 이날 경기장에 세자르 에르난데스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왔는데, 그래서 다들 잘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세자르 감독은 이날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소화하고, 김연경 등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뛴 선수들을 보기 위해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았다.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다른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을 것.
대표팀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김연경뿐 아니라 김수지·양효진 등 언제까지 1988~1989년생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대표팀은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 전패를 포함해 국제대회에서 크게 고전했다.
김수지는 대표팀 복귀 제안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잘 대답해야겠죠"라고 웃더니 "아무래도 (V리그에선) 현역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고민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표팀 미들 블로커에 좋은 선수가 너무 많다"는 말로 실력으로도 대표팀 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후배들의 기량을 치켜세운 것.
올해 한국 여자배구는 2024 프랑스 올림픽 예선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큰 국제대회를 많이 앞두고 있다. 김희진·박정아 등 도쿄 올림픽 4강 주역은 여전히 대표팀에 있지만,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김수지의 대표팀 복귀설도 계속 나올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