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한 핫초코 광고에 나온 꼬마의 한 마디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일흔 살을 앞둔 할아버지뻘 감독에게 건넨 어린아이의 당돌한 질문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미소를 안겼다. 그리고 그 상대가 단순한 야구 감독이 아닌, ‘야신’ 김성근(81)이었다는 점이 놀라움과 웃음을 함께 유발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지난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있었던 비화를 소개했다. 너무나도 어렸던 선수는 김성근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촬영 후 아이가 뛰는 모습이 김 감독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야구 시켜도 되겠다”는 김 감독의 한 마디가 꼬마 선수의 인생을 확 바꿨다. 이 말을 들은 꼬마의 어머니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켰다는 후문이다.
목지훈(19)이 12년 전 그 꼬마였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촬영 당시 리틀야구 선수였던 그는 김성근 감독의 말에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해 고교(신일고) 졸업 후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목지훈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감독님이 야구공을 가지고 놀아주셨던 기억은 난다. 그땐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다. 주변에서 엄청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야구 선수로 커가면서 감독님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고, 프로 선수가 되니 존재가 더 커 보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목지훈은 “꼭 만나 뵙고 싶었다. 내가 프로에 가야 감독님을 다시 만나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목지훈은 8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더 블록’를 통해 김성근 감독과 재회했다. 12년 전과 비슷한 장소에서 김 감독의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목지훈은 다시 만난 김 감독에게 잊지 못할 가르침도 받았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연습이다’는 문구가 적힌 노트를 목지훈에게 선물했다. 목지훈은 “내가 아마추어 때부터 운동을 하면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감독님을 뵙고 나서 내 자신에 더 확신이 생겼다. 노트에 적어주신 문구가 강하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촬영 후에도 목지훈은 김성근 감독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오른 다리를 더 세게 밀어 공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배웠다. 목지훈은 “캠프에서 감독님의 가르침대로 던져봤더니 공이 잘 뻗는 느낌이 들더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공을 세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현재 목지훈은 창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쌓인 어깨 피로 탓에 현재는 재활조에 있지만, 조금씩 공을 던지면서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곧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1군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2군에서 잘 준비해 1군 마운드까지 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목지훈은 “김성근 감독님이 (1군에 올라가기 위해)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2군에서 더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며 “1군에 올라가게 되면 꼭 감독님을 창원NC파크에 모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