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슬림해졌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노시환(23)이 간결한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노린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벨뱅크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중인 노시환은 6㎏ 감량한 상태로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필 상 체중이 105㎏인데 98~99㎏을 유지 중이다. 의도한 감량은 아니다. 그는 "살을 빼려고 한 건 아니다. (치아) 교정을 하고 있는데 식단을 조절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같이하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노시환의 지난 시즌 성적은 115경기 타율 0.281(434타수 122안타) 6홈런 59타점이다. 0.271을 기록한 2021시즌 대비 타율은 올랐다. 하지만 18개이던 홈런이 6개로 줄었다. 장타율(0.466→0.382)이 크게 떨어지면서 타석에서의 무게감이 줄었다. 그는 "타율을 너무 신경 써 삼진당하지 않는 것에 비중을 두니까 자연스럽게 장타가 줄고 (타격) 포인트가 뒤로 오더라.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안 좋은 흐름으로 흘러갔다"며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면서 장타를 신경 써 훈련하고 있다.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면 인정하지만, 실투가 오면 과감한 스윙으로 연결해 최대한 장타를 때릴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이 장타 생산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노시환은 "몸이 가벼워지니까 수비나 타격할 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고 수비할 때 (무릎이나 햄스트링 등) 부상 방지가 된다"고 반겼다.
노시환은 올겨울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생겼다. LG 트윈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채은성이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채은성은 노시환이 중심 타선을 책임지던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베테랑이다. 노시환은 "같이 훈련하고 타격도 같은 조에서 치고 있다. 워낙 잘하는 선수여서 배울 점도 많고 훈련하기 전 루틴이나 이런 걸 보면서 배우고 있다"며 "타선이 듬직해진 것 같다. 여유도 생긴 것 같고 우리 팀이 강해졌다는 생각도 조금씩 든다. 버팀목이 될 선수가 많아져서 듬직하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허경민(두산 베어스)이 부상으로 빠져 발탁이 기대됐지만,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은 3루수 자원으로 최정(SSG 랜더스)을 선택했다. 백업 3루수로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노시환은 "솔직히 생각을 안 했다. 다 아시겠지만, KBO리그에 나보다 잘하는 3루수가 많다"며 "'내가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분함은 있었다. 하지만 내 실력이 안 됐기 때문에 안 뽑힌 게 팩트라서 더 성장해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가 되면 국가대표 자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열린다. 정규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노시환은 "AG은 물론 가고 싶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기회이자 타이밍이다. 하지만 그걸 의식하면 너무 신경 쓰고 초반에 잘 안 되면 자책을 할 거 같다"며 "안 좋은 흐름으로 연결될까 봐 팀이 이기는 거만 집중하고 있다. AG은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