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공식 훈련 첫날인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훈련장에서 이강철 감독(왼쪽)과 김기태 타격코치가 선수들의 타격 훈련 모습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한해 농사가 달린 중요한 시기지만, KT 위즈는 스프링캠프 도중 수장을 모두 떠나보냈다. 이강철 감독과 김기태 2군 감독이 15일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캠프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 한꺼번에 수장을 둘이나 잃은 KT는 캠프가 끝날 때까지 ‘대행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두 수장의 ‘외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됐던 일이다. 이강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잡은 가운데, 김기태 2군 감독이 대표팀 타격코치 보직을 맡으면서 두 수장이 WBC와 KT 시즌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KT 스프링캠프 일정과 대표팀 소집 일정이 겹쳐 어쩔 수 없이 외도에 나서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이강철 감독은 평소보다 빠르게 새 시즌 구상에 나섰다. 초반 열닷새 동안 빠르게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전력을 구상, 벌써 개막전 선발과 라인업 청사진을 구축해놨다. 웨스 벤자민을 개막전 선발로 낙점하고, 강백호를 2번 타순의 지명타자로 투입하기로 했다. 개막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시간이 없었던 이강철 감독은 빠르게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오른쪽)과 김기태 2군 감독. KT 제공
인수인계도 확실히 하고 나왔다. 이강철 감독이 빠진 1군 캠프의 지휘봉은 김태균 수석코치가 맡는다. 김 코치는 이강철 감독이 KT 감독으로 부임한 2019년부터 그를 보좌한 수석코치. 이 감독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이강철 감독은 “앞으로의 팀 훈련 방향은 김태균 수석코치와 박경수에게 전달했다”라며 “선수들이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서로 잘 도와가며 부상 없이 캠프를 마쳤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태균 수석코치의 어깨가 무겁다. 이 감독에게 어떤 당부를 들었을까. 이에 김 코치는 “감독님께서 선수단이 사고 치지 않게 잘 이끌고, 부상도 발생하지 않게 기본에 충실해달라고 강조하셨다”라고 전했다. 김 코치는 이어 “모두 알아서 책임감 있게 하고 있다. 짜여진 훈련대로 선수단을 잘 이끌겠다”라며 캠프 지휘봉을 잡은 각오를 전했다.
두 수장 대신 1,2군 캠프 지휘봉을 잡은 김태균 1군 수석코치와 서용빈 2군 수석코치. KT 제공
주장 박경수는 “감독님께서 수석 코치님과 꾸준히 대화하면서 선수단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그는 “(감독님께) 우리 팀이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지금껏 해왔던 대로 훈련 잘 할테니 걱정마시라고 했다”라고 답했다고. 다만 감독이 신신당부한 ‘건강’을 강조하면서 “부상만 조심히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기태 감독이 빠진 2군 캠프는 서용빈 2군 수석코치가 지휘한다. 김기태 감독은 “전반적인 팀 운영 방향에 대해 지시하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이니 스스로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한다”라면서 “서용빈 수석이 감독도 해본 만큼 이미 선수단 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고 없이 정해진 훈련 프로그램에 성실히 따라주기를 요청했다”라고 이야기했다. 2군 홈구장인 익산에서 캠프를 진행한 KT 2군은 지난 15일 부산 기장으로 옮겨 2차 캠프 일정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