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간판 타자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승선에 실패한 노시환. 한화 제공
야구 대표팀의 합숙이 시작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향한 관심도 커졌다. 이번 대회는 KBO리그 총 28명(메이저리그 2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LG 트윈스는 대표팀 주장 감현수를 비롯해 리그 최다 6명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의 잔치는 아니다. 한화 이글스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단 한 명의 국가대표도 배출하지 못했다.
처음이 아니다. 한화는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국가대표가 '0명'이었다. 중심 타자 김태균의 은퇴,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부진에 빠지면서 한동안 태극마크에 근접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에이스 김민우가 대표팀에 승선해 불명예를 벗었지만, WBC에서 다시 한번 외면받았다. 최근 3년 연속 팀 성적이 KBO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주목도도 떨어졌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한화 토종 거포 노시환은 지난해 타율 0.281(434타수 122안타) 6홈런 59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전문 3루수가 부족한 리그 특성상 태극마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됐다. 공교롭게도 대표팀 단골 3루수 허경민(두산 베어스)의 부상까지 겹쳤다. 잠시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강철 야구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이 감독은 주전 3루수로 최정(SSG 랜더스)을 선택했고 백업 자원으로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노시환은 "솔직히 생각을 안 했다. 다 아시겠지만, KBO리그에 나보다 잘하는 3루수가 많다"며 "'내가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분함은 있었다. 하지만 내 실력이 안 됐기 때문에 안 뽑힌 게 팩트라서 더 성장해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가 되면 국가대표 자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현재 체중을 6㎏ 감량했다. 강한 타구를 만들어 홈런 생산을 늘리기 위해 타격 포인트를 뒤로 조정하기도 했다. 예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승선을 노린다.
한화 이글스 토종 에이스 김민우. 한화 제공
김민우도 마찬가지다. 김민우의 지난해 성적은 29경기, 6승 11패 평균자책점 4.36이다. 빈약한 득점 지원(R/G) 탓에 승수 쌓기에 애를 먹었지만 세부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 김민우의 경기당 득점 지원은 2.21로 규정이닝을 채운 22명(리그 평균 3.18)의 투수 중 최저.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163이닝(공동 15위, 국내 8위)을 소화했다. 2015년 1군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이번 WBC 대표에 뽑힌 박세웅(롯데 자이언츠·157과 3분의 1이닝)과 이의리(KIA 타이거즈·154이닝) 곽빈(두산 베어스·147과 3분의 2이닝)보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터라 내심 WBC 승선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민우는 "대표팀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고 멋있는 자리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다. 하지만 대표팀을 바라보고 야구하는 건 아니다"며 "(태극마크는) 성적이 좋으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다. 내 위치에 주어진 거에 몰두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정규시즌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WBC에 출전하지 못하는 대신 캠프 이탈 없이 시즌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