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팀들의 관심이 치열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15일 소집된 야구 대표팀이 치르는 첫 번째 실전. 16일 훈련을 마친 이강철 야구 대표팀 감독은 "7명의 투수가 1이닝씩 던진다. (7이닝 경기로 진행한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여러 관심이 쏠리는 매치다. 특히 MLB 스카우트에게는 이정후를 코앞에서 확인할 좋은 기회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MLB NL 서부지구에 속한 LA 다저스 측에서 NC에 '경기를 보러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가 열리는 투손 스포츠 콤플렉스는 NC의 스프링캠프지가 아니지만, 다저스는 평소 친분이 있는 NC 관계자에게 이 내용을 알렸다. 이정후는 올 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문을 노크할 예정이어서 빅리그 구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키움 스프링캠프에는 적지 않은 MLB 구단이 다녀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한 최소 5개 이상의 구단이 현장을 찾아 이정후를 지켜봤다. 16일 훈련에는 시카고 컵스 구단 관계자가 다녀가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구단에서 나한테 '이정후 어떻냐'고 가장 먼저 물어본다"며 관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키움 캠프지(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 선정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협조했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MLB NL 서부지구 5개 팀 중 콜로라도 로키스를 제외한 4개 구단(다저스·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애리조나)이 직간접으로 이정후를 체크하고 있는 셈이다. 애리조나는 캠프 시작에 앞서 "직접 구단 훈련을 관전하겠다"며 양해를 구한 상태다.
이정후는 지난해 정규시즌 142경기에 출전,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왕 2연패'를 달성하며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데뷔 첫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5년 연속 골든글러브까지 수상,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이 보유한 외야수 골든글러브 최다 연속 기록(5년 연속·1983∼1987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빅리그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WBC는 이정후의 미래를 좌우할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WBC가 시작하기도 전에 MLB 스카우트의 관심이 점점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정후는 WBC 대표팀 합류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서 WBC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달 내내 치러지는 대회라면 그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쇼케이스일 수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만나도 한 경기일 거다. 그 경기로 날 판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