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형은 방 청소를 깔끔히 해요. 저와는 다르죠. 아, MBTI(성격유형검사)도 완전 정반대에요.” (변준형) “준형이는 INTP이고, 저는 ESFJ예요. 생각해 보니 우리 둘은 성격, 생활 습관 모두 딴판이네요.” (박지훈)
최근 안양체육관에서 본지와 만난 프로농구 안양 KGC 가드 듀오 변준형(27·1m85㎝)과 박지훈(28·1m84㎝)은 만나자마자 서로 티격태격했다. 박지훈이 한 살 많지만, 빠른 년생(1월 21일)이라 두 학년이 높다. 변준형이 박지훈에게 장난을 칠 만큼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다. 2018년 KGC 입단 동기인 둘은 숙소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성격부터 생활 습관까지 반대인 변준형과 박지훈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농구 열정’이다. 둘은 코트에 서기만 하면 의기투합한다. 물불 가리지 않고 몸을 내던진다. 현란한 드리블과 푸싱으로 수비를 무너뜨려 득점에 성공하는 하이라이트 필름 제조기다. 둘 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변준형 평균 14점 5.2어시스트, 박지훈 평균 6.6점 2.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변준형과 박지훈은 경기 막판 결정적인 위닝샷(승리를 결정짓는 슛)으로 특히 조명받는다. 둘은 자신감 있는 공격 시도로 여러 차례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박지훈은 지난해 12월 27일 고양 캐롯전(84-82 승)에서 종료 18초를 남겨놓고 7점을 터뜨리며 화제를 일으켰다. 변준형도 승부처마다 돌파 득점과 3점 슛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4쿼터가 되면 득점력이 폭발하는 박지훈은 ‘4쿼터 사나이’라 불린다. 그는 “4쿼터에 많이 뛰어서 그렇게 된 거 같다”라며 손사래 친 뒤 “김상식 KGC 감독님께서 승부처에 나를 믿고 투입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변준형은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덕분이다.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시도했던 슛이 잘 들어가 위닝샷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KGC 변준형·박지훈 가드 듀오는 지난 시즌 도중 결성됐다. 박지훈이 상무 농구단에서 전역해 팀에 복귀한 이후다.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둘의 만남에 적지 않은 우려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둘의 생각은 어땠을까. 박지훈은 “준형이와 리딩과 공격에 각각 집중하는 방법으로 같이 뛴다. 경기 컨디션·작전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맡는 편이다. 체력도 아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둘은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 듀오인 김선형·최준용(서울 SK) 이관희·이재도(창원 LG) 등과 경쟁한다. 변준형은 “힘은 확실히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가장 젊기도 하다. 지훈 형이 밀고 들어오는 힘이 강하다. 스피드는 SK, 슛은 LG가 각각 1위”라고 자신있어했다. 박지훈도 “우리가 힘이 좋다. 준형이와 부딪히면 ‘벽’ 같은 느낌이다. (KGC) 홍삼을 많이 먹은 덕분”이라며 웃었다.
KGC는 시즌 초반부터 리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9연승을 달린 KGC(32승 11패)는 2위 LG(27승 15패)에 4.5경기 차 앞서있다. 김승기 감독, 슈터 전성현(이상 고양 캐롯)이 동시에 팀을 떠났다. 그래도 기량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똘똘 뭉쳤다. 변준형은 “경기하면 우리 팀은 나, 지훈 형, 오마리 스펠맨, 렌즈 아반도까지 농구공 4개가 필요하다. 보고 싶은 대로 골라보는 재미”라고 했다.
변준형은 5월 상무 입대 전 우승해보는 게 목표다. 박지훈은 농구 인생 처음 우승하는 게 꿈이다. 변준형은 “지훈 형이 농구 시작하면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올 시즌 형의 징크스를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은 “(문)성곤 형에게 선물 받아 군대에서 사용했던 시계를 준형이에게 물려줬다. 우승 반지와 맞바꾸는 셈”이라며 생긋했다.
KGC 상승세 비결은 ‘정신력’과 ‘승부욕’이다. 변준형은 “프로에서는 한 끗 차이인 거 같다. 다들 기술이 수준급이고 농구 잘하는 선수들 아닌가.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본다”고 짚었다. 박지훈도 “KGC 선수들이 승부욕이 정말 강하다. (다른 팀과) 승부욕 차이에서 KGC가 강한 이유가 드러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KGC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자신이 있다. 박지훈은 “지금대로 하면 충분히 자신있다. 시즌 중반까지 ‘분위기가 꺾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리그가 종반으로 향하는) 지금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했다. 변준형도 “1라운드부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더라. 지금처럼 하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