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감독 경질 후 대행체제로 운영된 흥국생명이 지난 19일 마르첼로 아본단자(53)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그의 계약 기간은 2024~25시즌까지다.
김연경(35·흥국생명)이 아본단자 감독을 반겼다. 둘은 꽤 인연이 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4년 동안 선수와 감독으로 리그 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을 일군 바 있다.
앞서 권순찬 감독 경질 때 "다음 감독님으로 (누가)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결국 구단에서 원하는, 말 잘 듣는 감독을 선호한다는 거 이닌가?"라고 했던 김연경도 아본단자 감독과의 동행을 환영했다. 세계적인 명장 출신인 데다, 외국인 사령탑이어서 구단의 지시나 압력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
김연경은 "나도 (선임 소식을 듣고) 놀랐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시즌 중 그런 지도자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은데 프런트에서 순조롭게 마무리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1996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아본단자 감독은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또한 페네르바체를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수준의 팀을 이끌었다.
아본단자 감독이 아시아 무대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한 뒤 선수단과 첫인사를 나눴다. 비자 등 관련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그는 19일 흥국생명-GS칼텍스전은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이날 김연경은 21득점, 공격 성공률 55.56%를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경기 후 "감독님을 약 4년 만에 만났는데, 이틀 동안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많은 대화를 했다"며 웃었다. 경기 종료 후 아본단자 감독이 코트로 내려와 김연경과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연경은 "나한테 많은 도움을 원하셨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시즌 아본단자 감독님이 팀을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감독님이 V리그에 잘 적응하도록 내가 중간에서 좋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경의 목표는 우승이다. V리그 우승은 2008~09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5일 페퍼저축은행을 물리치고 1위를 탈환한 흥국생명은 19일 경기 역전승으로 승점 66을 기록, 2위 현대건설(승점 62)의 추격으로부터 한 발짝 더 달아났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나머지 7경기를 잘 마무리해 1위를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연경은 지난 15일 페퍼저축은행전 종료 후 은퇴를 고민 중임을 밝혔다. 그는 "아본단자 감독님이 '남아달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고 웃으며 "아직 은퇴 시점 등을 정하지 않았다. 결정하면 팬들께 말씀드리겠다. 새 감독님과 잘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