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저주에 걸린 팀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검은 양말의 저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의 ‘와후 추장의 저주’ 등이 있다.
구단과 팬들은 이러한 저주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다. 결국 86년 만에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저주에서 벗어났다. 화이트삭스와 컵스가 저주에서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각각 88년과 107년이었다.
팀의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을 익살스럽게 바꾼 이후, 추장의 노여움을 샀다는 클리블랜드는 2019년부터 추장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클리블랜드는 현재까지 74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축구리그인 잉글랜드의 풋볼 리그는 12개 팀으로 구성된 가운데 1888년 시작했다. 135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클럽은 단지 24개에 불과하다.
잉글랜드의 북서부 랭커셔주에 위치한 프레스턴 노스 엔드는 리그 원년인 1888~89시즌 18승 4무를 기록해 무패로 우승했다. 프레스턴은 리그 우승에 이어 FA컵마저도 우승, 잉글랜드 최초로 더블을 달성한 클럽이다. 당시 프레스턴은 컵 대회까지 총 27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아 ‘디 인빈시블(The Invincibles, 천하무적)’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프레스턴은 이듬해인 1889~90시즌에도 우승한다. 그 후 3시즌 동안 클럽은 2위를 3번 연속 기록하는 등 풋볼 리그 초반기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이들의 성공은 당시 클럽 회장이었던 윌리엄 수델이 스코틀랜드의 우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데에 기인했다. 하지만 프레스턴은 1938년 FA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클럽은 1961년 2부 리그로 강등당한 이후 현재까지 1부리그로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다.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1897~98시즌 첫 우승을 한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다.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도 1919~20시즌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허덜즈필드 타운은 1923년부터 3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에 오른 뒤 우승 기록이 없다. 뉴캐슬도 1926~27시즌 4번째 우승을 기록한 이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셰필드 웬즈데이도 1929~30시즌 4번째 우승 후,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이들 클럽이 1부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햇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프레스턴(133년), 셰필드 유나이티드(125년), WBA(103년), 허덜즈필드 타운(97년), 뉴캐슬(96년), 셰필드 웬즈데이(93년). 이 클럽들도 여러 종류의 저주나 징크스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MLB와는 다르게 이들 클럽이 1부리그 우승과 연관해서 가진 특별한 저주는 없다.
잉글랜드 축구의 많은 저주 중 버밍엄 시티의 ‘집시의 저주(The Gypsy Curse)’가 특히 많이 알려져 있다. 버밍엄 시티는 ‘스몰 히스 얼라이언스(Small Heath Alliance)’라는 이름으로 1875년 창단했다. 1905년 버밍엄 FC로 명칭이 바뀐 클럽은 기존의 홈구장이 너무 작은 관계로 축구장을 새로 짓는다.
버밍엄은 새 보금자리로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 스타디움을 1906년 개장했다. 하지만 구장 건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집시들이 이미 구장 부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강제 이주에 화가 난 집시들은 클럽에 100년의 저주를 걸었다.
버밍엄은 1906년 복싱 데이인 12월 26일 새 구장에서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첫 경기를 가졌다. 축구장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고 경기가 한 시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관중 3만2000명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불길한 시작이었다.
클럽은 이듬해 세인트 앤드루스 구장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끝에 2부리그로 강등된다. 그 후 버밍엄은 한 리그에 진득하게 있지 못했다.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며 클럽은 집시처럼 떠돌아다녀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축구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물이 아닌 기름이 든 양동이를 끼얹는 바람에 메인 스탠드가 전소하기도 했다.
거듭된 불운에 버밍엄 시티의 감독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1980년대 감독이었던 론 사운더스는 축구장 조명등에 십자가를 달고, 선수들의 축구화 바닥에 빨간색을 칠했다. 90년대 감독이었던 배리 프라이는 심령사의 조언에 따라 매 경기 전 피치 4개의 코너 깃발에 소변을 봤다. 하지만 별 소용없었다. 이렇게 버밍엄 시티는 1906년 이후 100년 동안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저주가 걸린 마지막 해인 2006년 버밍엄 시티는 2부리그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00년만인 2006년 복싱 데이 경기에서 클럽은 퀸즈파크레인저스(QPR)를 2-1로 물리쳤다. 팬들은 드디어 저주가 풀렸다고 환호했다. 5년후인 2010~11시즌 마침내 버밍엄 시티는 아스널을 2-1로 꺾고 풋볼 리그 컵에서 우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