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수를 던진다. 배우, 아니 여전히 가수이기도 한 임시완 이야기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돌아온 임시완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영화 ‘비상선언’에 이어 또 한 번 악인의 얼굴로 돌아온 그는 “사실 촬영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다음 작품에서는 악인이 아닌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영화 ‘변호인’(2013) 이후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변호인’으로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그는 ‘오빠생각’(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등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끝에 지난해 드라마 ‘트레이서’ 시즌1, 2와 영화 ‘비상선언’으로 또 한 번 포텐을 터뜨렸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임시완의 첫 넷플릭스 영화다. 임시완은 “넷플릭스 애청자로서 남다른 심경”이라며 “처음에 나오는 ‘두둥’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사운드를 듣는데 마치 ‘넷플릭스의 세계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영화를 굉장히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되더라”고 이야기했다.
190여개국의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출연작이 공개된다는 것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 개봉해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이 있다고 임시완은 밝혔다.
“(넷플릭스 공개가)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일단 좋은 건 해외 팬들이 우리 작품을 보다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거죠. 아쉬운 건 오프라인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없다는 거예요. 작년에 ‘비상선언’ 개봉 때 극장에서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기분이 참 좋았거든요. 그때 영화를 계속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임시완이 연기한 인물은 타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오준영. 우연히 습득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떠한 원한도 없는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놀고 무너뜨리는 인물이다.
‘비상선언’에서 무차별 테러를 감행하는 끔찍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던 임시완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는 일상의 얼굴을 하고 보다 평범해 보이는 범죄자를 탄생시켰다. 임시완은 ‘비상선언’ 때와 달리 장난기 있는 정서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단 한 신도 진지하게 연기하지 않았어요. 모든 게 다 장난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그런 식으로 진지하게 하는 것보다 장난스럽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장난치는 느낌을 내는 게 보시는 분들을 더 섬뜩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임시완은 굳이 전사를 만들며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진 않았다. 그래도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임시완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을 ‘예술행위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상정했고, 이 심플한 정의를 바탕으로 집중해 연기를 펼쳤다.
“저는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걸 마치 아티스트로서 컬렉션을 완성해 간다는 느낌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속이는 데 능한 인물이죠. 그 능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마치 예술 활동이라 여길 것 같았어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임시완은 원작도 보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이데’는 동명의 인기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다. 임시완은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될까봐 보지 않았다”며 “이제 우리 작품이 공개됐으니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을 이 작품에 인도한 건 김희원이었다. 두 사람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드라마 ‘미생’(2014)에서 함께 만났던 사이다. 임시완이 주연으로 활약한 ‘미생’에는 김희원이 특별출연을 했다.
“김희원 선배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추천했어요. ‘이 역이 너랑 잘어울릴 것 같다’면서요. 그렇게 대본을 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김희원 선배의 연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감탄했어요.”
놀라운 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비상선언’ 개봉보다 전에 촬영됐다는 점. 김희원은 그때까지 누구도 보지 못 했던 악인으로서의 면모를 임시완에게서 먼저 발견했던 셈이다.
영화에서 임시완과 김희원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장면은 임시완 역시 공을 많이 들였다. 극에서 처음으로 준영이 일이 꼬여 난처해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임시완은 “그 장면을 찍을 때 김희원 선배가 먼저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고민을 하더라. 내가 새까만 후배인데, 후배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그렇게 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극에서 준영이 저지른 범죄 피해자로 등장하는 천우희의 연기 역시 임시완을 놀라게했다. 특히 여러 번 테이크가 가는 신에서도 흔들림 없는 감정선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임시완은 “마지막 감정신에서 테이크를 많이 갔다. 그렇게 격한 감정신은 휘발성이 커서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무뎌진다고들 하는데 천우희 누나는 몇 테이크를 가든 그 에너지를 그대로 밀어붙이더라”며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아이돌인 줄만 알았을 때 남다른 연기력을 보여주며 번듯한 배우로 변신했고, 마냥 선한 얼굴일 줄만 알았을 때 ‘비상선언’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악인의 얼굴을 보여준 임시완. 기분 좋게 대중의 뒤통수를 칠 줄 아는 그는 또 한 번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가수 활동이다.
“가수 활동도 여력이 되는 한 하고 싶어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연기자로 보이고 싶었는데, 이제 다들 배우로만 봐주시니까 ‘저 가수도 하거든요’라고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여러 가지 영역에서 계속 도전을 하고 싶어요. 결국은 그게 한 분야로 합쳐져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앨범이요? 조만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