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차기 주전 지명타자(DH) 후보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과의 실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KIA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6-12로 패했지만, 김기훈·윤영철 등 선발 후보들이 값진 경험을 쌓았다. 무엇보다 주 포지션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젊은 타자들이 활약한 게 고무적이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이적생' 내야수 변우혁이다. 7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7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팀 동료 이의리를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했다. 변우혁은 앞선 1회 말 2사 1·3루에서도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다.
변우혁은 2019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선수다. 북일고 시절부터 빼어난 파워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데뷔 첫 시즌인 2019년 2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복무(상무 야구단)를 마치고 복귀한 뒤 치른 2022시즌도 타율 0.262·3홈런에 그쳤다.
KIA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변우혁의 잠재력을 믿었다. 팀에서 10년 동안 뛰었던 우완 강속구 투수 한승혁을 한화에 내주고 변우혁을 영입했다. 젊은 거포 확보 차원이었다. 변우혁은 이번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범호 타격코치의 전담 지도 속에 성장 중이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공 대처 능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전 좌익수 후보 이창진도 이날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1회 말엔 대표팀 좌완 구창모로부터 1타점 적시 2루타, 2회에는 우완 박세웅으로부터 적시타를 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창진은 지난 시즌 좌익수로 가장 많이 선발 출전한 선수했다. 7월 한 달 동안 타율 0.492를 기록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시즌 타율(0.301)도 좋았다. 콘택트 능력만큼은 KIA 타자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다.
이창진과 변우혁은 각각 외야와 내야에서 주전 진입을 노리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2023시즌은 자리 확보가 어려워 보인다. 내야는 황대인·류지혁·김도영이 있다. 외야는 현재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 중인 최원준이 6월 복귀 뒤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 모두 당장은 주 포지션 백업 1순위를 노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전 DH 후보다. 현재 이 자리를 맡고 있는 팀 최고참 최형우(40)의 계약은 2023년까지다. 그의 선수 생활 연장 여부를 떠나, KIA는 차기 DH를 만들어야 한다.
최형우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남은 선수 생활, 개인 기록보다 팀이 꾸준히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할 수 있는 강팀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나를 하위 타순으로 끌어내리고, 중요한 위치에서 팀을 이끄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개막전 선발 좌익수로 출전한 김석환도 올겨울 호주 프로야구리그에서 경험을 쌓았고,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내야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도 DH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KIA는 2년째 장타력이 좋은 젊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형우의 후계자를 찾는 일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