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다먀노비치(42·몬테네그로)는 역대 K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를 꼽을 때 1순위로 거론된다. 기록이 증명한다. 정규리그 380경기에 출전해 198골·48도움을 올렸다. 1부에서 12시즌 동안 뛰면서 거둔 성적이다. 리그 통산 득점은 이동국(228골·은퇴)에 이어 전체 2위다. 해당 부문 상위 5걸(이동국-데얀-김신욱-김은중-정조국) 가운데 외국인 선수는 데얀이 유일하다.
1998년 FK 신젤리치 베오그라드에서 프로 데뷔한 데얀은 소속팀이 자주 바뀌는 저니맨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테스트를 보고 합격했다.
현재 홍콩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킷치SC 소속인 데얀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우연한 계기로 괌에서 열리는 인천의 동계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사실 그때 테스트를 받는지도 몰랐다. 나는 단지 일주일 동안 열심히 축구를 했을 뿐이다. (이후 합격이 됐고) 이때부터 아시아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시행착오는 없었다. 첫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19골을 터뜨렸다. 데얀은 “첫 시즌을 아주 잘 치렀다. K리그의 빠른 경기 템포를 따라가고, 득점을 많이 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바꿨다. 체중을 85㎏에서 82㎏으로 감량했던 게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체중 감량 효과로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움직임이 더 활발해진 데얀은 ‘득점 기회’를 잘 포착했다. 골 결정력은 리그 역대 최고였다. 경기당 0.52골을 넣었다. K리그 통산 득점 상위 10명 중 1위다. 이동국의 기록은 0.42(548경기 228골).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득점 기회에서 당황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능력은 데얀이 단연 역대 최고”라고 평가했다.
데얀은 공식 프로필상 신체 조건은 1m87㎝·81㎏이다. 데얀은 “나는 빠르지도, 힘이 강하지도, 키도 매우 크지도 않다. 피지컬적인 강점이 없다”면서도 “페널티 박스 주위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발휘했다. 내가 가진 특유의 감각 덕분”이라고 했다.
득점으로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지켰던 비결은 문전에서 침착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데얀은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골문 앞에서도 편안한 마음이 느껴지도록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이를 위해서 당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도록 매일 슛, 크로스 등 언제나 골을 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섬세한 터치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데얀은 K리그 2년 차 때 FC서울로 이적했다. 데얀은 서울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2012년엔 K리그 한시즌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인 31골(42경기)을 넣었다. ‘데얀민국(데얀+대한민국)’ ‘몬테네그로 특급’ 별명이 잇따랐다. 데얀은 “축구 생활의 전성기였다. 서울에서 뛰었던 시절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이 시기 콜롬비아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우리시오 몰리나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팬들은 이 둘의 조합을 ‘데몰리션 콤비’라 불렀다. 데얀은 “몰리나는 가장 친했던 동료였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도 현란한 발재간으로 마술을 부렸다. 호흡이 정말 잘 맞았고, 우리 둘이 뛰면 패배를 모를 정도였다. 그때의 영상을 지금도 찾아서 본다”고 말했다.
데얀은 서울에서 2010년, 2012년, 2016년엔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데얀은 “2012년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서울은 막을 팀이 없었다”고 했다. 당시 서울은 K리그 최다 승점(96점·29승 9무 6패)을 기록했다.
K리그 선수 중 인상 깊었던 선수로 기성용, 이청용, 차두리, 박주영, 김민재, 곽희주 등을 꼽은 데얀은 최용수 강원FC 감독이 그립다고 했다. 데얀은 “최 감독은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찾아가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이다. 선수 생활 마지막 은퇴 경기는 최용수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뛰어 ‘해피엔딩’하는 게 내 바람”이라고 했다.
데얀은 K리그 통산 200득점(서울 154골, 인천 19골, 수원 삼성 16골, 대구FC 9골)에 2골을 남겨놓고 홍콩으로 떠났다. 데얀은 “한국에 계속 남았다면 200골을 넘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198골도 많은 득점 기록이다. 득점 기회를 놓쳤던 상황 등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K리그 클럽에서 마지막 기회를 준다면 200골 이상 가능하다”고 전했다.
데얀은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라 평가받아 너무 기분이 좋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나의 두 번째 집이다. 그립다. 한국에서 아들도 얻었다. 인생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K리그 팬들에게)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외국인 선수이고, K리그가 아시아 최상위리그로 가는 데 기여한 선수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