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팔색조' 투수진이 14년 만에 재회한 '우승 후보' 일본 타선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경기에서 일본 대표팀과 맞대결을 펼친다.
일본은 이번 대표팀에 일본 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등 메이저리그(MLB) 선수들도 함께 한다. 무엇보다도 기량이 절정에 달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투타 겸업으로 모두 출전하는 만큼 투·타에서 파괴력이 여느 팀 못지않다.
힘 대 힘으로 한계가 있다면, 다양한 카드를 적재적소에 써야 승산이 있다. 마침 일본과 만나는 시점도 투구 수 제한이 최대 65구인 1라운드다. 에이스 매치 대신 불펜 대결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됐다. 왼손과 오른손의 균형도 좋고, 사이드암 투수도 여럿 승선했다. 투구 레퍼토리나 결정구도 가지각색이다.
무엇보다 카드를 쥔 사람이 누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이다. 그는 KT 위즈를 투수 왕국으로 만들었고, 빈틈없는 단기전 투수 운용으로 2021년 한국시리즈에서 전승 우승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주목할 건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지는 종 변화구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월 4일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호주 타자들의 스윙 궤도를 분석해 각이 큰 변화구나 포크볼이 좋은 선수들을 뽑았다"고 했다.
구창모, 이용찬, 박세웅, 김원중은 포크볼을 결정구로 구사할 줄 알고, 고영표와 원태인 등은 체인지업이 주 무기로 꼽힌다. 특히 이용찬과 김원중, 고영표는 종 변화구를 패스트볼보다 많거나 비등하게 던지는 '떨공(종으로 떨어지는 공) 마스터'다.
호주전을 위해 준비한 종 변화구는 한일전에서도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일본 대표팀에서 베스트 9으로 꼽히는 타자들 대부분은 정상급 타격 성적을 기록했고, 직구와 슬라이더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신 종 변화구에는 상대적으로 약점을 드러냈다. NPB 기록 사이트 베이스볼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주전 1루수 야마카와 호타카는 지난 시즌 체인지업(0.143·이하 상대 타율) 상대로 부진했다. 대표팀 단골 2루수 야마다 데쓰토도 체인지업(0.067)과 포크볼(0.200)을 모두 공략하지 못했다. 일본 국내 선수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웠던 최연소 MVP(최우수선수) 무라카미 무네타카도 마찬가지였다. 포크볼(0.118)과 체인지업(0.233) 상대 성적이 직구(0.365) 슬라이더(0.339) 컷패스트볼(0.394) 등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메이저리거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MLB 데뷔 시즌을 치른 스즈키 세이야는 2021년 NPB에서 포크볼(타율 0.147) 상대로 부진했다. 미국 무대 이적 후인 지난해에도 체인지업(0.176) 스플리터(0.200)를 공략하지 못했다. 최고 타자로 꼽히는 오타니조차 지난해 체인지업(0.191) 스플리터(0.227) 공략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KBO리그 투수들의 변화구가 MLB·NPB 투수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러나 약점은 약점이다. 이강철 감독의 판단이 적중하고 승부처에서 투수들의 결정구가 제대로 '떨어진다면', 반전 가능성은 충분하다.